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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햇살 Oct 11. 2024

#1 천천히 쓴다.

첫번째 이야기

달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 나에게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왜 쓰기일까? 글을 쓰는 행위는 나를 보여주는 일이다. 청소년기에 나는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은 두려웠으나, 연필로 내 생각을 적어내려 가는 일은 좋아하였고, 그 영향으로 문예부에 들어가서 시를 쓰고, 교지 편집과 같은 일에 참여하였다. 국어 선생님이 되어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으나, 대학 전공을 법학으로 한 이후에, 실용적인 글을 읽어야 하고, 문학 작품 보다는 전공서적을 읽는 것이 나의 미래를 위하여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터에 즐겨 읽던 문학을 멀리하고, 글쓰기는 가끔씩 시간이 날 때만 끄적이는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좋은 글을 읽고, 그 글을 통해서 살아갈 힘을 얻었던 적이 많다. 성인이 되어서 내가 즐겨 읽었던 이는 하루키와 김연수이다. 그 둘의 공통점은 바로 '달리기'이다. 둘다 지독한 러너이다. 하루키는 마라톤을 뛰는 사람이고, 김연수 역시도 하루에 10키로를 뛰고 이것을 매일 지속한다는 이야기를 에세이에서 밝힌 적이 있다. 그런 그들의 글은 묘하게도 닮아있다. 김연수는 하루키를 좋아한다. 그의 자유로움, 음악에 대한 생각, 달리기에 대한 생각, 사람에 대한 묘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김연수를 좋아한다. 김천의 빵집 아들로 태어나 영문학을 전공한 그의 글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그리고 친근하다. 옆집에 한명 있을법한 안경 쓴 아저씨같은 그의 글은 오랜 기간, 진로를 찾지 못하던 내 청춘의 한 부분에서 '그렇게 가도 괜찮아'라고 위안건네던 글을 써냈었다. 


나는 이들처럼 좋은 글을 쓰지는 못한다. 아직은. 그러나 내가 살아온 삶의 시간들은 나름 값지고 의미있었던 시간들이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은 또한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 내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천천히 쓸 생각이다. 누가 밀지 않아도 나는 달릴 것이며, 나는 나의 속도와 나의 의지에 따라서만 쓰고 달릴 것이다. 이 길을 함께 갈 동지들이 많이 있을 듯 하여 기쁜 금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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