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이야기
햇살이 밝던 날
푸른 하늘 사이 사이로 햇살이 땅에 내려왔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러 나온 나는 어제와는 다른 날씨에 사뭇 놀랐다. 비바람이 심해서 창문을 닫고 바람이 약해지기를 기다렸던 전날 새벽과는 확연히 다른 화창한 가을아침이 참 변덕스럽다고 생각하였다.
우리 삶이 이랬었지. 어제는 이별을, 오늘은 사랑을 한다던 신승훈의 노랫말처럼 참으로 그 진동폭은 높고 간격은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리내어 물었다.
이게 인생인가?
자문에 대한 자답 대신 달리기를 시작함으로써 오늘 아침은 시작되었다.
함께 쓰고 있는 글의 내용처럼 나의 달리기는 오늘도 여전히 느렸다.
나의 글쓰기는 더 느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문장을 고르고 벼르고 해서, 내보이면 좋겠다. 이 글들이 쓰고 있는 나에게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소소한 힘이 되기를 바란다.
오후에는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면서 보내었다. 밀렸던 일들도 있었고, 해야 할 일들도 있어서 그것들을 조금씩 마치면서 보내었다. 어제는 오전에 친구와 함께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교적 자유롭게 일을 하는 나와 그는 그렇게 가끔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사는 이야기도 나눈다. 둘째가 생겼다는 그는 나에게 결혼을 권하였고,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권하는 친구이다. 대학시절과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를 함께 보내었던 그와 나는 '소개팅'과 '취업' 및 '진학'등을 이야기 하던 사이에서, '육아' 및 '부동산'을 이야기 하는 사이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관계는 변함이 없으나, 우리의 상황은 변하였다. 2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를 함께 겪었고, 서로의 결혼식에서 큰 역할을 해주었던 사이였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고, 힘든 시간을 같이 견뎌냈던 사이, 그게 친구의 정의라면 나에게는 친구가 몇몇이 있다.
햇살 밝은 날이 저물어간다. 아침의 생그러움과 오후의 햇살 뜨거움은 어스름한 저녁 노을로 바뀌어 오늘 하루도 마무리하라고 이야기 하는 듯하다.
오늘 저녁은 잘 써놓은 소설 한편 읽으면서 나의 말과 글을 다듬어보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