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 이야기
비가 오는 주말을 지나고 맑은 날씨의 오전에 뛰었다. 전날 밤부터 아침 달리기를 기대하며 잠을 청하였고, 그 덕에 일어나서는 큰 고민없이 옷을 여미어 문 앞을 나설 수 있었다. 다시 시작된 달리기, 매일 뛰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뛰어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무릎이 아픈 날은 생각처럼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아픔이 지속되지 않는 것이 고마웠다. 달리기를 하는 이유를 누가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혼자 답해보고 싶다.
달리기는 나에게 단순히 건강을 유지함은 아닌 것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 축구, 농구 등 내가 즐겨 할 수 있는 운동의 영역은 내 또래 성인 남성 평균과 비교했을 때 많은 편이므로. 달리기는 사실 나에게 있어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의식이다. 뛰면서 나는 살아 있음을 느끼고, 하루를 계획하거나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리고 무거운 머리는 가볍게 하고, 게으르던 두 다리는 역동하게 만들어준다.
두 다리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느리게 달려본다. 그 순간만큼은 사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어떤 것도 방해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두 다리와 지면 그리고 부는 바람이 느껴질 뿐이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이제 3주째에 접어든 것 같다. 결혼을 기점으로 해서, 달리기를 하는 빈도가 많이 늘었다. 결혼식 당일도 뛰었으니. 신혼여행지인 스페인에서도 많이도 뛰었다. 이 정도면 나는 달리기와 결혼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