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 날 너를 안고 갔던 그 방석과 수건을 내 자리 위에 두고 앉았다. 그렇게 하면 네 체취를 잊지 않을까 봐,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네 몸에서 나던 그 향은 사라져 버렸다. 함께 했던 기억은 아직 생생하며 사진 안에서도 여전히 나를 빤히 보는데, 이제는 너를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다.
네가 떠나는 날, 떠나가라 울었던 나의 일상도 머잖아 돌아왔다. 바쁘게 만드는 일상은 네 생각을 할 여유를 두지 않았고, 그 속에서 내 삶도 흘러갔다. 그렇게 좋아하고 보고 싶었던 네 존재도 부재에 익숙해지며 희미해져 간다.
삶은 붙잡지 않으면 흘러간다. 그렇게 살아온 삶에 후회는 없지만, 나는 계속해서 이 삶을 단단하게 잡아보려 한다.
10년 전 이 맘 때의 나는 32살에 구직자였다. 그때의 나는 불안과 걱정 속에 잠식되어 정말 누리고 즐겨야 할 것들을 뒤로 미룬 채 살아오고 있었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던 것들을 잡기 위해 무력하게 애쓰던 그때, 그런 나에게 언제나 위안을 주던 건 팔팔이의 발바닥 냄새였다. 교대 근무를 하던 내가 잠에서 깰 때면 옆에서 항상 잠을 자던 녀석의 발바닥에 코를 갖다 대었다. 그 고소하고 따뜻한 향은 나에게 위안을 주었고, 그렇게 귀찮아하던 녀석과 씨름을 하다 잠에서 깨곤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순간의 한 조각들이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나날들이었다는 것을.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것 없이 살아왔던, 혈기 넘치던 젊은이는 지금 그 당시 내가 바라고 원했던 모든 것을 손에 쥐어보았으나 모두 손에서 놓아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행복한 삶임을 깨달으며.
지금 네가 바라는 것은 아마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을 것 같다. 대신, 내 옆에 있어주는 존재에게 감사를 표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보려 한다. 이것은 10년이 지나도 내가 후회하지 않을 유일한 행동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