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나운서

빚과 빛

씻을 수 없는 가난

by Sia

문틈을 비집고 음식 냄새가 스며들어왔다. 구역질나는 음식 냄새. 음식 냄새는 문틈의 빛과 함께 들어오므로 나에게 음식 냄새는 빛과 같다. 그래서 나는 빛이 싫다. 냄새도 빛도 틈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오려고 한다. 나는 그래서 비집고 들어오려는 특성을 가진 어떤 것도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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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냄새의 근원은 요리대학을 다니는 동생의 부엌에서다. 동생은 밤낮 요리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일회용으로 급하게 사는 3,000원짜리 우산을 찢어질 때까지 들고 다니는 그런 가난한 집이다. 우리 집의 빚은, 빛처럼 언제나 우리와 함께 했다. 빚과 빛의 같은 발음이 빛을 더 질리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나의 삶은, 아니 모든 사람의 삶은, 숨만 쉬고 집에 누워있기만 해도 돈이 든다. 월세와 보증금 대출 이자, 지금 입고 있는 옷, 그리고 끼니마다 먹어야하는 음식들, 위잉 백색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는 냉장고와 형광등의 전기세. 뭐 이런 것들을 합쳐서 나누면 대략 1분 당 몇 천원의 돈이 든다. 그래서 나는 매번 쉬는 숨이 버거웠다.

아르바이트로 메우려고 해도 다 메울 수 없을만큼,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돈은 많다. 나는 항상 가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우리 집이 얼마나 가난한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얼마나 가난한지 설명하는 건 기초생활수급자 장학금을 받기 위해 봤던 면접에서 얘기했던 것으로 충분하다.

가난을 드러내기도,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나의 생존을 위해 장학금을 받으려고 실제보다 더 가난하게 나의 가족과 집을 설명했다. 나의 가난을 얘기하면서, 나보다 더 최악의 상황을 거짓말로 말할 수 있는 상태여서 얼핏 감사하게도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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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난 속에서도 동생은 분리형 원룸을 고집했다. 자신은 부엌에서 자는 한이 있어도 부엌이 있는 분리형 원룸이어야 한다고 했다. 동생의 고집에 결국 분리형 원룸으로 계약을 했다. 원룸보다 분리형 원룸이 더 비싼데도 말이다. 나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에도, 집 주인 아주머니가 둘이서 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 공간을 사용하는 동안 잘 지내보자고 어깨를 토닥이는 순간에도, 표정이 굳어 있었다.

새로운 우리의 집에 짐을 옮기고, 동생은 정말 부엌에서 잠을 잤다. 그런 동생을 위해 내가 해준 최소한의 배려는 조금 넓은 부엌이 있는 집을 찾은 것이었다. 불편한 점은 내가 방에서 나오면 꼭 그 부엌을 지나서야만 현관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생은 밤낮 요리를 해댔다. 가난의 돌파구를 요리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어린나이에 제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생이 하는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헐렁한 티로도 가릴 수 없는 울퉁불퉁한 등살, 펑퍼짐한 엉덩이, 코끼리 뺨치는 발목.

최악이다. 어릴 때, 그러니까 가난의 부담이 온전히 부모님의 몫이었던 때는 곧잘 먹곤 했던 동생의 요리가 이제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어릴때 부터 맡아오던 냄새라그런지 동생의 요리에는 항상 우리 집 가난의 냄새가 났다. 언제나 부정적인 평가만을 내리는 나에게 동생은 더 이상 나에게 음식을 권하지 않고 나 역시 먹을 생각이 없었다. 재래시장과 마트를 돌아다니며 떨이의 떨이로 만든 음식들. 궁상맞은 요리를 만드느라, 재료비를 벌기 위해 밤낮 알바 전쟁을 하는 동생이 한심했다.

나는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에 몸에 뱄을 음식냄새를 씻어냈다. 머리카락 구석구석을 손가락으로 헤집으며 냄새와 빛을 빼낸다. 향이 없는 바디워시로 몸을 박박 문질렀다. 화장실 문을 열지 않은 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로션을 바르고 화장을 했다. 옷을 입고 재빨리 방문을 열고 나와 현관을 나왔다. 동생이 힐긋 쳐다보는 걸 느꼈지만 서로 특별한 인사는 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강렬한 햇빛이 나를 쬐였다. 어지러워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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