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방식
카페에 왔다.
항상 앉던 창가 구석자리로 갔다. 딱딱하고 약간 기우뚱거리는 의자여서 항상 비어있는 자리다. 빛도 잘 들지 않는다. 밝은 카페에서 이런 곳을 발견한건 행운이다. 에비앙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30% 정도 비싸지만 아메리카노보다 1,000원 싸다. 카페에 앉아 에비앙을 마시는 시간은 2,500원짜리 즐거움이다.
나는 한국어 능력시험 공부를 하기 전, 자리에 앉아 얼마간 사람들을 지켜본다. 사람들의 몸매, 얼굴, 표정, 몸짓, 말투, 목소리 톤, 스타일, 화장, 입은 옷, 가방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 모든 게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잘 없다. 다들 항상 뭔가 빠져있다. 한두 개 빠진 사람은 양호하지만 많은 것들이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 촌스러운 화장과 스타일, 이상한 표정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이런 사람들은 총체적으로 난국이다. 한두 개를 고쳐주고 싶어도 완벽할 것 같지 않아 차마 손을 못 대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다. 마치 내 동생처럼.
학교 앞에 살기 때문에, 뭔가 어정쩡한 사람들을 계속 마주친다는 생각에 눈 정화를 위해 압구정이나 도산공원 쪽 카페를 가면 확실히 사람들이 다르다. 완벽한 비율, 정돈된 머리와 화장, 절제된 목소리와 깨끗한 몸짓. 돈을 벌게 된다면 나는 꼭 이 곳에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카페는 내가 느끼기에 매우 평등한 공간이다. 깨끗하고 안락하다. 나는 여기에서 취향껏 커피를 마신다. 몇 백 원 차이로 자신의 취향이 구분되기 때문에 내가 뭘 마셔도, 내가 돈이 없어서 페리에를 마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값싼 취향의 차이일 뿐. 진짜 내가 어떤 모습인지 쉽게 눈속임할 수 있는 그 곳. 카페가 그래서 좋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다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주요 일정은 카페에서 공부를 한 뒤, 병원을 갔다가 아르바이트를 가는 것이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3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는 초등학생에게 전 과목 과외(주 3회)와 중학생에게 영어과외(주 2회)를 하고, 주말에는 이태원의 바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 간간히 녹취 아르바이트, 임상시험 참여, 수업 교안 만들기 등을 한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면 한 달에 140만원, 많이 벌 때는 200만원도 번다.
돈은 거의 쓰지 않으려고 한다. 월세와 휴대폰 비처럼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비용 50만원 외에는 무조건 모아 둔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생겨서 돈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들어온 날은 특별한 날이 아닌, 그냥 돈을 많이 모으는 달이 된다. 끼니는 남들에게 기생하며 해결한다. 주중에 가는 과외에서 아주머니들이 챙겨주시는 과일과 간식들로 끼니를 해결하고, 주말에는 바에서 서빙을 하며 요리사 오빠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었다.
과외를 갔는데 아주머니가 안계셔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날은 삼각김밥이나 초콜릿 바를 먹었다. 중국음식이 너무 먹고싶었던 날은, 탕수육과 짜장면 세트 5,000원짜리를 시켜 탕수육은 얼려두고, 짜장면은 소스를 조금 덜어내어 짜장면을 먹고, 다음 날 짜장밥으로 먹어 세끼니를 해결한 적도 있었다. 집에서 과외하는 곳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 걸어서 각각 40분,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나는 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걸어다녔다. 그렇게 하루에 2만보는 거뜬히 걸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이밖에도 돈을 아끼기 위한 나의 궁상맞은 행동들은 끝이 없었다. 지금 보이는 이런 행동들은 마치 내가 혐오하는 동생의 음식처럼 가난의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그렇지만 나는 집에 동생이 만들어 놓은 음식은 절대 먹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악착같이 돈을 모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병원을 가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