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상맞았던 이유
“최재연 씨”
나는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게 싫다. 더군다나 병원에서.
“오랜만에 오셨네요. 왜 이렇게 뜸하셨어요?”
“아...... 어디 좀 다녀오느라구요.”
“어디요? 여행이요? 해외요?”
“아...... 네. 저 가운 입고 기다리면 되죠?”
“네, 오늘 종아리 보톡스랑 추가로 종아리 지방분해주사 들어갑니다.”
해외는 개뿔. 보톡스를 맞으려고 알바를 열심히 했다.
시술을 받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종아리는 근육층이 많아 지방흡입만으로는 가늘게 만들 수 없다. 보톡스로 종아리 근육을 꽉 쪼여주고 지방분해주사로 최대한 종아리 지방층을 얇게 만들어야 한다.
자리에 앉아있으면 간호사가 들어와 가루와 같은 약병을 보여준다. 정품이란 걸 확인하고, 정량이 들어가는지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다. 나는 국산을 맞는다. 100unit에 15만원 정도한다. 부가세는 별도. 나는 키가 크고 근육이 큰 편이라 항상 200unit정도를 맞는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사선생님도 차라리 많이 맞는게 오히려 지속력이 더 강하다고 하셨다.
종아리 보톡스는 먼저 일어나서 진행된다. 종아리를 걷고 까치발로 서있으면, 의사가 사인펜으로 근육이 발달한 곳을 콕콕 색칠한다. 처음에는 안쪽 근육에 많이 맞았는데, 3-6개월 주기로 계속 맞다보니 바깥쪽 근육에 더 집중적으로 맞게 된다.
사인펜으로 주사 맞을 부위를 다 칠하고 나면 의자에 눕는다. 방 한가운데 치과의자같은 기계식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나는 거기에 뒤집어 눕는다. 그러면 의사가 종아리를 쓱쓱 만진다. 꾹꾹 주물러본다. 알코올 솜으로 종아리를 스윽 닦은 후 마취효과가 있는 마취 스프레이를 치이익 뿌리고 “따끔해요~”라는 말과 함께 주사바늘을 꽂아 넣는다. 한 다리당 100unit의 약물이 들어간다.
주사기가 꽂히고 종아리에 우리한 느낌이 든다. 한 다리 당 최소 30번은 주사기로 찌른다. 들어갈 때마다 고통스럽지만 이 정도를 못 참아낼 내가 아니다. 약물이 다 들어가고 시술이 끝나갈 때 쯤 종아리 근육이 파다닥 튀는 게 느껴진다. 물에서 나온 물고기가 인간들의 바닥에서 죽어가기 전 파다닥 거리는 그 모습이다. 내 종아리는 더 쪼그라들고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이어 간호사가 노란 액체의 지방분해약물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가지고 왔다. 보톡스 주사를 맞아 붉은 점이 다다닥 찍혀있는 종아리에 다시 주사기를 들이대 지방분해약물을 주입한다. 주사가 끝나고 나는 몸을 일으켜 종아리를 슥슥 만지며 되뇌었다.
“너도 주인 잘 만나서 호강한다. 누가 너 이렇게 예쁘게 만들려고 돈을 이만큼 쓰니?”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리에서 약간의 우리함과 쥐가 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그 때 간호사가 다가왔다.
“주의사항은 다 아시죠? 오늘 하루는 금주, 금연이고 걷는 건 괜찮은 데 무리한 운동은 안됩니다. 그리고 경락이나 무리한 운동이 보톡스 효과를 빨리 풀리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그렇다. 나는 이렇게 병원에 다닌다. 감기에 걸려도, 생리통이 너무 심해도 타이레놀 하나 사먹지 않지만, 이렇게 병원에 다니며 보톡스를 맞고, 성형을 하고, 부단히 예뻐지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