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나운서

집으로

남겨진 엄마와 텅 빈 집

by Sia

결국 나는 대구의 집으로 내려갔다.

좁은 집.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코로 들어오는 퀴퀴한 냄새.

이후 눈에 들어 온 낮은 천장, 노란 벽지

아무리 깨끗이 청소를 해도 깨끗해지지 않는 가난이 묻은 집.

이 모습을 보기 싫어 나는 집에 내려오는 게 항상 불편했다. 한 때는 이 집에서 엄마와 우리 가족을 탈출시키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내 한 몸의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한참을 텅 빈 집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저녁 시간이 지났는데 엄마가 오지 않았다. 배가 고파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예전에 내가 살 때와 달랐다. 반찬 통마다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 투성이었다. 예전처럼 과일, 우유 등 동생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지도 않았다. 손잡이에 기름때가 잔뜩 묻어있는 찬장에는 봉지라면이 쌓여있었다.

나는 거실로 돌아왔다. TV 위에 올려진 가족사진이 보였다. 초등학교 때 경주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나는 아빠에게, 동생은 엄마에게 안겨 찍은 사진이었다. 모두들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살짝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보는 누군가의 웃음이었다. 하지만 곧 의심이 들었다.

‘정말 우리가 모두 행복해서 웃고 있었을까?’

돌아가신 아빠와 자신들의 삶을 위해 서울로 떠난 자식들을 보낸 낡고 빈 집에서 엄마가 살아가는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좀 더 슬펐다. 예전에도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쓸 줄 몰랐던 엄마는 우리가 떠난 이 곳에서 삶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집에서 가장 행복해보이는, 과거의 가족사진을 보며 엄마는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했다.

바깥이 점점 어둑어둑해졌지만 엄마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찬찬히 나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아직 부기가 덜빠진 얼굴과 그 사이에서 깜빡이는 눈, 아직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버선코, 건조함에 약간 각질이 일어난 입술을 보았다.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바르고,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다시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언제 오냐고 물으려 전화를 하는 데 딸깍 열쇠 구멍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문 앞으로 갔다. 엄마가 양악수술을 한 내 모습을 보고 놀랄 것을 대비해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하려 했다. 엄마는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한 번 놀라고 내가 왔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그리고는, 엄마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너......”

나는 급하게 엄마 말을 끊고 엄마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엄마 왜 이제 왔어? 밥은 먹었어? 집에 반찬이 없어서 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어.”

엄마는 내가 낀 팔짱을 억지로 풀었다. 엄마는 약간의 비틀거림과 함께 쇼파로 걸어가 털썩 앉았다.

한참을 생각하던 엄마는 내 얼굴이 보기 싫다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 날 밤 나는 엄마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밤 새 끙끙거리며 잤던 것 같다. 엄마가 내 이마에 손을 대는 것, 차가운 수건을 댔던 것, 갑자기 오한이 들어서 춥다고하자 이불을 더 덮어준 것들이 얼핏 기억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분명 냉장고에는 반찬이 없었는데 엄마가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 밥 그릇도 두 개, 수저도 두 개씩 놓여 있었다. 예전에도 싸운 다음 날이면 엄마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차리고 그것을 먹는 것으로 우리의 화해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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