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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와와입니다 Sep 18. 2024

추락일지

내 것이었던 것들의 추락


요즘은 '내려놓기'라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 중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고 그것은 유형의 물건들 뿐만 아니라 무형의 마음들도 마찬 가지이다. 무엇이든지 붙들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두고 내려놓으려 노력 중이다. 

최근엔 그것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내가 가졌다고 생각한 것을 내려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얼마 전 3-4년간 이용하던 자동차를 팔아야 했다. 물론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고 지금 나의 상황에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맘속에서 그 일은 최대한 미루고 싶었던 듯싶다. 

난 탈것들을 퍽 좋아라 했다.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탈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욕심 또한 많았다. 그런 나는 축복받은 가정환경 속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졸업 선물로 자동차를 선물 받았다. 

그 이후 3-4년 주기로 자동차를 새로 교체하며 생활했고 전부 그 나이 내게 어울리지 않는 고가의 외제 차량들이었다. 그렇게 지금의 자동차가 5번째 자동차였으며 가장 고가의 차량이었다. 취업선물로 받았던 기억이며 그 당시 새로 계약하고 출고를 하던 날, 날아갈 듯 기뻐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내가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씀씀이가 점점 커지며 타기 시작한 차량이라 그런지 이 자동차와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참 많이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보험비, 유류비 또한 아버지께서 부담해 주셨으니 뭐 하나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일이 터지고 나서 그 고가의 자동차는 내게 짐이기도 했고 내 맘 구석 어딘가 조금의 안도감을 주는 부적이기도 했다. 한동안 자동차를 이용하는데 제한은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구석에 서 있는 자동차를 보면 아직 그래도 완전히 떨어진 건 아닐 거라는 무의식 중 안심을 했던 듯하다. 그런 그 내 것이었던 물건을 얼마 전에 보내줘야 했다. 결국 내가 맘속에서 무의식 중 미뤄오던 일을 결국 해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일단, 자동차 속 짐들을 처리해야 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움직이는 내 두 번째 방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용품, 내 생활 편의를 위해 항상 지니고 다녔던 물건들을 버리거나 옮겨야 했다. 

첫째로 덜컥 겁이 났다. 그 자동차 안의 내 손길과 추억 서린 물건들을 마주할 용기가 아직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나를 배려해주지 않았다. 그날 밤, 바로 차에서 짐을 정리해 차를 탁송 보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퇴근 후 정리를 시작했다. 정말 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짐들, 전 여자친구의 흔적 등. 여러 기억들이 뒤섞여 있는 창고 같은 그 공간을 정리하던 그날의 기분은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의 방에 쌓아둔 장난감을 뺏기는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짐 정리는 생각보다는 빨리 끝났다. 도와준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차를 보내며 나는 조명이 전부 꺼지고 객석이 텅 빈 무대 위에 홀로 올라서있는 기분이었다. 철저하게 혼자인 기분이었고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친구는 말했다. 열심히 살아나가다 보면 언젠가 다시 갖게 될 거라고. 물론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 안의 내 기억과 추억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 차와 함께했던 나의 기쁘고 힘들었던 그 순간들을 전부 빼앗긴 기분은 어떤 방법으로 달래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날 밤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내려놓기 뿐이다. 

전부 잠시 내 것이었던 걸 거라고, 

지나가다 잠시 내 곁에서 머문 것들이라고.

그것마저 행운이고 축복인 것이라고.

자동차도 그것과 함께한 기억들도 전부.

내려놓기, 앞으로 언젠가 조금씩 수월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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