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중의 풍경 7
얼마 전, 친구가 살고 있는 강원도 양양에 다녀왔다.
사실 추석 연휴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일정이었지만
그 당시 여러 일들이 벌어졌고 나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해 급하게 취소했던 약속이었다.
그 일정을 다시 잡게 되었고 친구와 서울에서 만나 함께 출발하게 되었다.
사실 가기 전엔 막연하게 안개처럼 깔린 두려운 마음이 있었던 듯하다.
워낙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 많은 장소이고 내겐 참 따뜻했던 기억들이기도 해서,
모든 게 달라진 이 상황에 혹시나 그 기억들마저 아픈 기억이 될까 두려웠다.
그런 내 맘을 읽었는지 친구는 가는 길 내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려 애썼으며,
그런 맘이 다시 내게 전해졌는지 비가 많이 오는 밤길이었지만 밝은 기분으로 양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의 남자친구인 형님께서도 함께 친한 사이인지라 숙소부터 음식들까지 준비해 주셨고 나는 마치 귀빈 대접을 받듯 황송한 식객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며 술을 한잔씩 기울이기 시작했고 나는 지금까지 속에 묻고 버티고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어쩌면 난 어딘가, 누군가 내 얘길 온전히 들어줬음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귀신에 홀린 듯. 술잔에 기대어 모두 쏟아내었다.
눈물도 함께 폭포처럼 쏟아졌다. 난 내가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어린아이처럼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세상 떠나가라 목놓아 울부짖었던 밤이었다.
동트는 새벽까지 눈물을 펑펑 쏟아낸 후,
비가 끝없이 내리는 푸르스름한 하늘을 보며 문득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흔하디 흔한 누군가의 한 가지 사정일 뿐일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내 친구,
그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 도움을 주려는 따뜻한 마음의 형님.
너무도 감사했다.
다음날 저녁, 돌아오는 길.
강릉역까지 배웅해 주며 했던 그들의 말 한마디가 기차 안,
돌아가는 나의 맘에 또 한 번 눈물을 흘리게 했다.
"언제나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와도 돼"
또 하나의 고향이 생긴 기분이었다.
앞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또 다른 고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