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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와와입니다 Oct 05. 2024

추락 중의 풍경 8

추락 중의 풍경 8


가끔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카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온다.

내게 전화를 걸어달라 자신의 엄마에게 조른 조카는 내가 애써 밝게 부르는 이름에도 배시시 웃음을 짓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난 조카에 대한 애정이 무척이나 깊었다.

이전엔 그 아이의 웃음을 보며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행복감이 들었다면, 

일련의 일들을 겪어가는 지금의 상황에선 왜인지 모를 미안함과 죄책감이 섞인 웃음을 짓게 된다.

그 아이가 누려야 할 세상 여러 가지 기쁨과 풍요를 내가 전달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재해 같은 일인걸 알면서도 그걸 막아주지 못한 나의 무능함에서 오는 미안함.

뭐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에 의한 감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최근 나는 결혼에 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이전 나의 삶은 어쩌면 클래식하다면 클래식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삶을 꿈꾸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또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고,

나도 너무도 자연스레 그런 삶을 살아가는 계획을 세웠었고 그리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일들이 생기고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에게 다르게 드는 복잡한 감정,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조금은 변한 지금은 

내가 결혼을 해 한 가정을 꾸리고 그 가정 속에서 아이를 갖고 

또 그를 책임지고 할 자신이 꽤나 없어진 기분이다.


인생에 이런 시련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당장 확실하게 예견된 시련만 해도 부모님의 죽음이 있다.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그 시련 하나도 

벌써부터 견딜 자신이 없는 내겐, 이젠 결혼과 가정은 사치라는 기분이 든다.


물론 지나치게 앞서간 걱정이란 사실은 안다.

앞으로 운명의 수레바퀴가 또 나를 어디로 이끌지 생각해 보며 

정리되지 않는 나의 머릿속을 글로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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