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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와와입니다 Oct 10. 2024

추락 중의 풍경 10

추락 중의 풍경 10


조금씩 지워져 가던 환상 속의 그녀를 마주했다.

내 인생은 왜 이리 항상 시트콤 같은지,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사는지.

참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여느 때와 같은 어느 화창한 가을날이었다. 

오후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회의 생각에 이것저것 떠올리며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오전 회의가 아니었기에 평소 출근하던 시간에 맞춰 느긋하게 출근 준비를 마쳤고,

매일 가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골목길을 지나며 

완연한 가을 날씨를 느끼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순간 저기 저 멀리 느껴지는 익숙한 실루엣.

뭔가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였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처럼 서로 마주치며 지나칠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이별 후 대략 3개월 만인 듯하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세상 티 없고 걱정 없이 까르르 웃고 있던 그녀 모습.

솔직히 말해서 내 좁고 작은 가슴에 분통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뭔가 억울한 기분도 들고 나만 힘든 시간을 거쳐왔나 하는 생각에 꿀밤 한 대 놔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인 양 스쳐 지나쳤다.

나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흔히 말하는 썩소를 머금으며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지나친 듯하다.

그녀 눈엔 어떻게 보였을까? 뭐 속으로 욕 한번 하고 말았겠지 싶다.


그러고 나서 버스에 올라 타 회사에 오는 길, 창밖을 보며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됐다.

그래도 이전엔 그녀와의 이야기가 조금은 미화되어 아련하고 서글픈 느낌이나마 남아있었는데..

그녀의 해맑은 모습에 이젠 그 환상마저도 와르르 깨져버린 듯하다.


내 환상 속의 그대, 오늘 가을바람에 휙 하고 날아가버렸네.

왜 잊힐만할 때 나타나 내 미화된 추억마저 뺏어가는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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