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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일지

by 육당탕탕

살면서 어느 누구도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죽음'이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은 삶이라는 길 위에서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지는 일들이 있었다.


얼마 전 가장 친하고 좋아하는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소식을 전해 듣기 전부터

이상하게 최근에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서로 하는 일, 처해진 환경이 달라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진 못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잘 지내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던 작년 초가을 이후로 간간히 통화만 했었다.


친구의 아버님께서는 몇 해 전부터 투병 중이셨고

그 중간중간 큰 고비들이 많았던 걸로 전해 들었다.

고비들을 넘기면서 아버님뿐만 아니라

친구와 가족들 모두가 조금씩 지쳐간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여러 현실적인 이유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지켜보는 과정은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인 듯하다.


부고 문자를 받고 나서 난 한동안 맘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꼭 나의 일 같았다.

친구가 어떤 심정일지 너무나 안타깝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또한 언젠가 나도 피할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이라는 게 두렵고 공포스러웠다.


흔히들 하는 말로 '죽음은 남겨진 자의 몫'이라는 얘기가 있다.

죽음 너머의 일들을 산자는 알 수 없고,

한 죽음으로 생겨나는 여러 가지 슬픔과 고통들은

남겨진 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하나의 짐이 되어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운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사실 난 나 스스로의 죽음에는 큰 두려움이 없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에

오히려 '죽음이 진정한 평온에 가장 가까운 일이 아닐까'라고 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보고 경험하고 싶진 않다.

그것이 불러올 빈자리와 영원한 이별이 줄 아픔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물론 이 또한 누구나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 일인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다.

그 순간이 다가왔을 때 난 또 어떤 세상을 보게 되고

어떤 점을 느끼게 될까.


장례식장을 나와 집으로 오는 길,

해봤자 소용없는 무거운 생각들을 가득 안고

평소보다 조금 더 걸어보았다.

부디 친구의 아버님께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잠에 이르셨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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