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낙하 중의 풍경 10

by 육당탕탕

일이 터진 이후, 살려고 발버둥 치던 그 시점부터

난 웬만하면 거의 매일 감사일기와 명상을 병행하려 노력하고 있다.

처음엔 저 단어들이 주는 거창함에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이게 무슨 도움이 되는 건지 항상 의문이었지만

어느 순간 내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고 난 이후엔

무언가 결과를 바라고 하는 행동들이 아닌

자연스레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의 일부가 되었다.

이런 과정들 끝에 느껴지는 것들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했구나'였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난 항상 어떤 일들의 부정적인 면들이나 안될 이유들을

먼저 찾아내는 버릇이 들어있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불만과 짜증이 많은 편이었고

난 그게 원래 내가 타고난 성향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말로는 당연한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난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여겼다.

주어진 환경, 누리고 있는 삶의 모든 부분이 당연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지금 무얼 누리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만 보여 항상 더 많은 것들을 원했다.

지금 내가 변했다고 느끼고 있는 이 순간도

어쩌면 나는 삶에 온전히 감사하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 소중함을 느끼고

진심으로 감사하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에 밝은 면들을

크게 볼 수 있는 눈을 만들 거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참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듯하다.

주변 지인들을 만나서도 혼자 마음속으로도

'감사하다, 다행이다'라는 말들을 자주 말하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이 덕분인지 오랜만에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내 인상이 조금 변했다고들 한다.

그리고 최근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나를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 나의 맘속에선 또 한 번 감사하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조금씩이라도 무언가 변하고 있나 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런 순간들이 반복되다 보면 이게 선순환 구조구나 라는걸 깨닫는다.

내 인생 그리고 내면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을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모든 시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그 당시 나의 발버둥에 감사한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다.

아주 작은 것들에 감사하고 다행이라 여기기 시작하다 보면

내 존재 자체가 감사해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물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지 않으면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고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시작이라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시작이 어떤 새로운 눈을 선물하지 모르기에..

IMG_2459.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낙하 중의 풍경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