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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와와입니다 Sep 01. 2024

추락 중의 풍경 2

추락 중의 풍경 2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나는 주말이 두렵다. 평소 바쁜 일상을 보낼 땐 그나마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이 내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멈춰주는 느낌이지만, 주말이 되면 멈췄던 나의 지나친 걱정과 불안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찾아온다. 

출근을 하고 일을 해야 하는 평일엔 세상과의 접점이 조금이나마 유지되는 반면, 주말이 되면 모든 접점이 사라진채로 난 무기력하게 침대와 한 몸이 된다. 침대 위의 나는 평일동안 충전해 둔 지인들의 희망 섞인 응원들과 에너지들을 다시 조금씩 갉아먹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도전하거나 시도하기엔 무기력한 나의 마음 상태가 쉽사리 용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때론 억지로라도 약속을 만들어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의 그 쓸쓸함이 너무도 서글픈 기분이다. 사실 이런 기분이 왜 드는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 기분에 잠식되어 돌아오는 경험을 몇 번 거친 후엔 쉽사리 약속을 잡는 것조차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든다.


세상 모두가 내게 얘기한다. 지나갈 거라고. 지나가고 나면 더 강해져 있을 거라고. 물론 머릿속으로는 당연하게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는, 나 홀로 견뎌야 하는 이 씁쓸함이 처음이라 그런지 적응이 쉽지 않다. 


오늘도 내 상황을 제외한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는 듯하다.

변함없이 흘러가는 그 시간 속에서 어느 날은 날씨가 좋은데 나만 슬픈 것 같아 서글퍼하며, 어떤 날은 날씨가 흐려  나도 따라 울적해지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요즘은 가끔 느껴지는 가을바람에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느껴져 스산한 기분이 든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느껴지면 나아진 것 없는 이 상황이 계속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든다.


괜찮아,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이렇게 버티는 또 한 번의 주말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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