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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와와입니다 Sep 02. 2024

추락 중의 풍경 3

추락 중의 풍경 3


난 현재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아버지께 지원해 드린 사업 자금으로 인해, 한 달에 상환해야 할 금액이 내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요즘 각종 제출 서류들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채 지내고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 스스로도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나는 정말 돈이 무서운 줄 모르는 철부지였던 듯하다. 여러 은행에서의 통장 거래내역과 카드 결제 내역들을 모아 정리하며 입이 떡 벌어졌다. 금액들이 정말 말도 안 된다. 정말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어떻게 30대 초반 평범한 직장인이 이런 금액을 사용할 수 있는지 내가 두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절차상의 이유로 1년의 사용내역을 조회해 봤을 때 이런 금액이 나온다는 건. 내가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급여를 받기 시작한 후 소비 패턴은 비슷했을 테니 약 4년 반에 가까운 시간인데.. 그 시간 동안 순수하게 지출한 금액만 이미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샀을 금액이다. 물론 나의 씀씀이가 크고 낭비가 심하다는 것을 나 스스로 알고는 있었지만 지난 세월 내가 사용한 내역을 숫자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표들을 바라보며 눈물이 앞을 가린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살아왔단 말인가. 


지금까진 단순히 갑자기 찾아온 불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이런 사건마저 없었다면 난 평생 이렇게 폭주기관차처럼 살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할 줄 모르며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철없는 청년에게 내려진 벌일지도 모르겠다.

그 벌, 나 혼자만 받는다면 당연하게 어떻게든 이겨내고 감내해야 하는 문제이겠지만.

우리 가족 전부가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보면 나만의 벌은 아니다 싶기도 하다.


왜인지 모를 죄책감에 휩싸이는 밤이다.

모든 게 차갑게 느껴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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