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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와와입니다 Sep 04. 2024

추락 중의 풍경 4

추락 중의 풍경 4


일이 벌어지기 전 나는 참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헬스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몇 시간이 될 만큼 운동을 좋아라 했고 속도를 즐기며 바이크를 타는 것을 즐겼으며, 옷에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아이템을 사 모으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다. 

삶이 참 풍요로웠던 기억이다.

물론 지금은 그 모든 것에 무기력하고 무관심하며, 가지고 있던 것 마저 전부 처분해야 했기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긴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그 시간들은 참 풍요로웠던 청춘의 한 페이지와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새롭게 느끼는 점은, 참 사람 마음은 있을 땐 모르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다.

저런 다양한 취미들을 가지고 즐기는 순간엔 감사한 줄 몰랐으며, 그 당시 나는 내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꼈던 기억이다. 물론 저 당시에도 주변 친구들, 지인들 모두가 나에게 누리고 있는 삶에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 해주었지만, 그 당시 나에겐 와닿지 않았다. 당시 난 그 사람들이 이해 못 하는 나만의 아픔과 고통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나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정반대로 달라진 상황 속에서 바라본 지금의 나는 한편으론 만족이나 감사를 느끼는 시작점이 매우 낮아진 기분이다. 일상에서 걷던 중 땀을 식히는 바람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으며 버스를 탔을 때 앉을자리가 있다는 작은 풍요에서도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엔 달고 살았던 불평, 불만이 조금은 줄어들어 이젠 무엇이던 최대한 빨리 적응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듯하고, 어지간한 일엔 크게 감정이 요동치지 않는다. 물론 조금은 딱딱해진 느낌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모든 걸 잃기 전에 내가 갖고 싶어 하던 삶의 태도가 바로 이런 삶의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위대하고 멋진 사람들은 엄청난 시련들에도 불구하고 대단해진 게 아니라 그런 시련들이 있었음에 위대해진 거라고. 

누구나 살면서 여러 형태의 시련들은 당연히 오기 마련이다. 이전의 나는 그런 시련들이 올까 항상 두려움에 떨던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시련들을 버티고 지내 보낸다면 조금은 단단해진 나로, 조금은 더 의연하게 시련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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