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중의 풍경 5
한때, 드라이브하며 음악을 즐기는 게 가장 큰 취미 중 하나였던 난 한동안 음악을 듣지 않았다.
들려오는 멜로디, 가사들 전부 공감되지 않았고 내 정신을 어지럽히는 소음처럼 느껴졌다.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던 와중, 어느 날 아무런 이유 없이 헤드폰을 쓰고 출근길을 나서며 음악을 켜보게 되었다. 세상의 풍경과 분리된 나만의 공간 속에서 울리는 음악은 내 마음을 조금씩 말랑하게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멜로디 속 들려오는 그들이 겪은 슬픔과 아픔, 시련들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아마 지금까지 난 반쪽짜리 음악을 즐겼을지 모르겠다. 이전에 공감한다고 생각했던 가사들도 또 다르게 들리는 경험도 하였다. 분명 알고 있던 노래지만 완전히 새로운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고, 정말로 공감하며 들었던 노래의 가사가 이제는 덤덤하게 들리기도 하였다.
어쩌면 세상 모든 게 전부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맘이라는 창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때론 회색일 때도 파스텔 톤 무지개 빛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유독 이별노래들이 덤덤하게 들리는 하루다.
어쩌면 나는 이제야 진짜 이별하는지도 모르겠다.
원망과 분노는 사그라들고 그저 덤덤하게 나와 남이 된 그 사람의 안녕을 기원한다.
그러며 생각한다. 우연이라도 두 번 다시 마주하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