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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 일지

by 육당탕탕

길어진 나의 머리길이만큼

시간의 흐름이 몸으로 와닿는 요즘이다.


벌써 일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때론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때론 방황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가끔은 어찌 될지 모르는 미래를 붙잡고

불안해하며 보내는 시간들도 있다.

그래도 조금 달라진 점은 내가 불안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불안해하는 것 자체는 부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불안해하는 나 스스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다.

1분 1초, 시간이 흐르는 지금도 끊임없이 과거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순간순간 미래는 현재가 된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행동뿐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행동하고

인생 전체는 주어진 흐름에 맡기는 게 요즘의 자세인 듯하다.


무엇이든 억지스럽고 자연스럽지 않을 때

나의 외부와 내부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이런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럼 내가 지금 허무주의에 빠져있는 걸까? 너무 무기력한 걸까?"

이런 생각의 끝에 도달한 나의 답은 아니다 이다.

모든 존재하는 어떤 것에도 의미가 없고

나의 의지는 아무 의미 없다의 허무주의와는 오히려 정반대이다.

사실 그 반대로 모든 순간순간, 그곳에 의미가 있다.

그 순간순간들이 모여 나의 흐름을 만들고 내가 바라던 결과와 가까워질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워지지 않는 결과는 어쩔 수 없다.

나와 인연이 닿지 않을 뿐.


흔히들 어떤 사람이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거나

무언가 이루려는 확고한 목표가 없을 때

이런 의문이나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데,

미래의 계획이나 목표가 확실한 사람도 자신이 생각한 목표 지향점이 있고

그 순간순간 노력을 할 뿐 그 이상의 무엇도 자신이 만들어낼 수 없다.

상황과 주변 환경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에 맞는 그 순간의 최선을 다하는 게 사람의 몫에서 최선의 역할일 것이다.

결국 그들과 나의 삶의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계획이 있다고 삶이 잘 흘러가지도 않고

계획이 없다고 삶이 잘 못 흘러가거나 멈추지 않는다.

거창하고 그럴듯한 목표를 손에 꽉 움켜쥐고 싶지 않고

크고 원대한 무언가를 열망하며 그리고 바라지 않는다.

모든 찰나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이렇게 변해왔고

이런 내가 퍽 싫지 않다.

결국 그게 전부가 아닐는지.


잔돈나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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