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가족이 한국에 방문했다.
오랜만에 누나에게 꼭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나 또한 누나를 못 본 지 꽤나 시간이 흘렀기에 기쁜 마음으로 만나자는 대답 했다.
그러나 마음속 한편에선 작은 가시 같은 것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불편함의 첫 번째 이유는
매형의 얼굴을 봐야 하는 점이었을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매형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 가족의 경제적 문제가 시작되던 시기에 매형 또한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그 당시, 자존심이 강해 매형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하셨던 아버지 대신
내가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했기에
어쩌면 죄책감을 가지는 게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 맘속에선 이번 만남이 꽤나 부담이 되는 이벤트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안 볼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둘째론 만남의 장소가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나의 둘째 조카, 이제 태어난 지 100일 정도 된 아기가 있기에
사실 외부 공간에서 만나 식사를 하거나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어머니가 이사 가신 새로운 곳에서 만남을 가져야 했고
그 말인즉슨 부모님을 1년 4개월 만에 만나야 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부모님 두 분 모두 꿈에도 그리워할 만큼 보고 싶었지만
뭔가 부모님의 힘든 모습을 보면 그 이후 내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막연하게 부담스럽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이런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마침내 어머니와 누나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고
훌쩍 커버린 첫째 조카의 재롱과 이제 막 태어나 내 얼굴만 보면 울먹거리는 둘째 조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1년 반에 가까운 시간만에 만난 어머니는 여전히 야위어 계셨고 날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시며 그간의 걱정을 쏟아내셨다. 누나 부부와 나는 서로 아무 일 없는 듯 의연하게 행동했고 나 또한 울게 될까 걱정이 앞섰던 것과 달리 난 꽤나 담담하게 만남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아버지께서는 아직 마음이 크게 불편하신지 집에 들어오시지 않으셨다.
아마 우리 모두의 얼굴을 볼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되셨을 거라 생각하며 그의 마음은 헤아릴 수가 없다.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려 나서던 와중 어머니는 나를 붙잡고 한참을 더 우셨고
걱정 가득한 얼굴을 안고 나를 배웅하셨다.
돌아오는 길, 마음이 복잡했다.
죄책감, 무력감, 안도감 등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뭐라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 여러 감정의 덩어리들은 아직 내 맘속에서도 온전히 소화되지 않았고
이 또한 내가 지나야 할 과정이고 인연일 것이다.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그저 바라보고 또 바라보려 한다.
지금은 그저 나와 우리 가족들의 평안만을 바라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