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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란

희망사항이 아니라 하고 있는 일을 적으세요

by 차분한 초록색

어제 아침, 학부모회 임원 입후보자 등록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공란으로 두었던 직업 란을 노려보았다.

정말로 노려보고 있었을 거다.


며칠 전, 내가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남편이 찍어서 보여주었다.

진짜 못 보겠어서 당장 삭제하라고 했다. 후훗


그러니 아마도, 분명.

나는 직업 란을 노려보고 있었을 거다.



"나, 직업란에 작가라고 쓸까?"


장난스레 남편한테 물었다.


"응"


"진짜?"


"베리그 작가잖아."


"후훗"


나는 멋쩍게 웃으며 생각했다.


돈 한 푼 못 버는 글.

그냥 내가 좋아서 밤새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는 글.



그리고 상상해 보았다.



"직업이 작가예요?"

"네."

"무슨 책 쓰셨어요?"

"그게... 음... 웹소설인데... 베스트리그에... 블라블라..."



상대방의 눈빛이 흔들리는 모습을.

나의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직업란에는 당당하게 주부라고 썼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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