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 임원 입후보자 등록 신청서
어느 날 걸려 온 한통의 전화.
"00이 어머니시죠. 저는 00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회 담당 선생님입니다."
나는 생각했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극소심 극내향형 엄마인 나와는 정반대인 아이가 올해 전교 부회장에 당선이 되었다.
아이는 회장이 되지 못한 걸 못내 아쉬워했지만.
못난 엄마는 내심 회장보다 부회장이 된 것에 안도했다.
전교회장 엄마는 학교 운영위원회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운영위원회 일을 제대로 할 자신 없으면 애초에 애를 선거에 내보내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오래되고 암묵적인 룰.
어제,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입후보자 등록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가 부회장이니 엄마인 나도 학교 운영위원회 부회장에 입후보하면 된다고 하셨다.
신청서를 다운로드한 나는 경력과 입후보 소견 란을 보고는 그대로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쓰면 되는 거지?
곧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그럴듯한 예시문 몇 개를 찾았다.
커닝하는 기분으로 조금씩 말을 바꿔가며 몇 줄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경력과 입후보 소견을 다 해서 열 줄도 채 되지 않는 짤막한 글을 쓰면서 나는 꽤 긴 시간을 소요했다.
어젯밤부터 시작한 신청서 작성은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마무리되었다.
이제 신청서는 전송되었다.
나는 벌써부터 겁이 난다.
"엄마 대신 아빠 보고 하라고 하면 안 될까? 아빠 하면 잘할 텐데."
슬쩍 운을 떼보았다.
하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그래.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나는 제법 대범한 척해본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