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초조 자신감 상실
완결의 후련함도 잠시.
재미있는 웹소설을 읽는 즐거움도 잠시.
몇 개월 동안 고생했으니까 이 정도는 쉬어도 되겠지.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드라마도 몰아보고 하루 종일 책도 읽었다.
슬그머니 불안감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너무 노는 거 아니야?
내 안의 내가 다그친다.
이제 할 거야.
지금 이거 다 인풋 하는 거라고.
이번엔 무작정 지르지 않을 거니까.
내가 지금 그냥 멍 때리면서 TV나 보는 거 같겠지만 아니라고.
봐봐. 나백진이랑 바쿠 같은 남자 주인공 사이에 여자 한 명 집어넣으면 어떨 거 같아?
삼각관계를 만드는 거지.
근데 백진이는 사실 바쿠를 좋아하는 거 같아.
자, 이제 드라마도 다 끝났네.
이젠 써야지?
알아, 알아.
안 그래도 쓰고 싶은 얘기들이 지금 머릿속에 가득이야.
이번에는 여자 주인공이 부검의야.
아무런 감정 동요 없이 가르고 헤치는 타입이지.
남자 주인공은 강력계 형사거든.
음, 그래?
둘이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엮이는데?
그게 그러니까...
나는 며칠째 1화를 쓰지 못하고 있다.
몇 시간을 앉아서 쓴 1화는 계속해서 휴지통에 처박힌다.
짜증과 불안, 초초가 솟구치면서 식욕도 떨어졌다.
대체 그동안 1화를 어떻게 썼지?
왜 글이 다 이 모양이지?
임팩트가 없잖아.
그동안은 냅다 지르면서 초반 회차는 술술 잘만 썼는데.
역시 쉬는 게 아니었어.
그냥 무조건 매일 쓰고 또 썼어야 했는데, 뭐 한 게 있다고 쉬길 쉬어?
스스로를 다그친다.
이제 뭘 해도 재미가 없다.
책도 TV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연재 중일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읽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투성이었는데.
그중에서 읽고 본 건 몇 개 되지도 않는데.
나는 이미 즐거움을 상실했다.
이건 분명 뭔가가 잘못돼가고 있는 거야.
이럴 거면 쉬지 마.
머리를 쥐어뜯으며 창밖을 본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