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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by 차분한 초록색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겪는다는 사춘기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덜컥 겁이 난다.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한다고 한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미칠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면,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면서 알아서 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또 말을 하면,

침묵. 입을 닫고 방문을 닫는다.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부딪히기 싫어서 마음을 비우려 노력하면 또 이런단다.

엄마는 나한테 신경도 안 쓰잖아!라고.

장단을 맞출 수 없다고 또 한숨을 내쉰다.


나는 겁이 난다.

슬며시 화도 난다.


아니, 누구는 사춘기 없었나.

어디서 유세야!!

사춘기가 벼슬이야!!


나는 상상만으로도 분노게이지가 상승해서 씩씩댄다.

솟구치는 화가 두려움을 압도한다.


아이에게 엄포를 놓는다.


사춘기네 뭐네 이딴 거 엄마한테는 씨알도 안 먹히니까 그런 줄 알아.


아니, 엄마. 나는 시작도 안 했는데 왜 갑자기 나한테 그래요.


아이는 억울하다.


내가 볼 때, 엄마도 할머니한테 많이 혼났을 거 같은데...


...... (그랬나?)


아니! 절대. 네가 보기에 엄마가 그랬으면 할머니가 가만 뒀겠니.

그러니까요, 엄마 많이 혼났을 거 같아요.


......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뜬금없는 분노가 사그라들면서 이번에는 두려움이 분노를 잠재운다.


안 되겠다.

빨리 재워야겠다.

알람은 12시 30분으로 다시 맞췄다.

다행히 알람이 울리기 전 선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4시, 다시 아이 옆에 눕는다.



엄마는 노력하고 있어.

혹시 나중에 네 호르몬이 너를 미쳐 날뛰게 만들더라도, 기억해 줄 수 있어?

나를 원하는 너를 위해 잠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네 옆에 누워있던 밤들을.


훗, 생각할 수 없겠지.

그걸 생각하면 사춘기가 아니겠지.


알아주길 바라는 내 이 마음을 버려야지.


나의 사춘기.

세상이 온통 검정투성이었던 그때.

음악이 나를 지켜주었던 것처럼.

너의 사춘기에 너는 무엇으로 너를 지킬까.

나는 무엇으로 우리를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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