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외롭고 또 괴로운

기다림의 시간

by 차분한 초록색

투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

합격 여부를 떠나서 글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다 핑계야.

어제는 그래서 못썼고, 오늘은 이래서 못쓰고.

내일은 그럼 쓸 수 있어?


몰라. 어차피 투고 다 떨어지면 버려질 글인데 쓰면 뭐 해.


내 안의 내가 투닥거렸다.



벌써 세 군데나 연락 왔잖아. 그 말은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나중에 갑자기 원고 있냐고 하면 어떡할 거야?

미리 써놔야지.


그래. 세 군데의 출판사가 내 글을 컨택했지.

그런데 한 곳은 독소조항 가득한 가계약서를 보내왔고, 또 한 곳은 가계약서를 보내달라는 요청에 감감무소식이야.

나머지 한 곳은 사전정보를 찾아볼 수 없는 신생 출판사고.

(하지만 담당자와의 연락과 가계약서 내용은 가장 깔끔하고 신속했다)


나는 투덜댔다.


어찌 됐든, 가능성이 있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싶어졌다.


그날 밤, 오랜만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다시 매일 글을 이어나가며 차곡차곡 분량을 쌓아나가고 있다.

이런 걸 보고 '벽 보고 쓰기'라고 하는 건가 싶었다.

매일 쓰고, 바로바로 업로드하던 무료연재 습관이 나를 기다림에 취약한 인간으로 만든 걸까.

혼자 쓰고, 쌓아두는 일이 외롭고 또 괴롭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기다리는 수밖에.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버려지게 된다 해도 하는 수없지.

연습이라고 생각해야지.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