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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쓰고 싶다

단행본 출간 제안

by 차분한 초록색

연재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었다.

투고를 돌리고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되는 반려와 독소조항 가득한 계약서를 받아 들고 침울해져 있을 때 단행본 출간 제안을 받았다.


00 작가님의 000 단행본 출간을 희망합니다.


너무 좋아서 또다시 마음이 붕붕 떴다.

조심스럽게 단행본 제안의 이유를 물었다.

연재보다는 단행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답을 받았다.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폭풍검색에 돌입했다.


단행본

단행본 출간

신인 단행

단행 출판사... 등등


단행이란 키워드를 넣고 몇 년 전의 댓글까지 다 찾아 읽었다.


누군가는 단행을 선호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신인이라면 반드시 유료연재 경험을 먼저 하길 바란다는 조언을 적어 두기도 했다.

단행본은 돈이 안 돼서 출판사에서 꺼려한다는 글도 있었고

요즘 유료연재 시장이 힘들어서 신인은 단행으로 돌린다는 글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의견을 엿볼 수 있었다.


단행재질, 유연재질이라는 말도 종종 보였다.

차이점이 뭔가요?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가 보다.

내가 지금 궁금해하는 걸 오래 전의 누군가도 궁금해하며 묻고 있었다.


매회 후킹 요소가 있고 호흡이 짧으면 유연

서사를 쌓아가며 감정선이 복잡하면 단행, 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래서 내 글이 계속 반려를 당했구나.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 만드는 후킹요소의 부족과 늘어지는 호흡이 문제인 거다.


출간경험이 많은 오래된 출판사에서 단행을 제안한 건, 역시 내 글이 소위 단행재질이어서겠지.

이런저런 고민은 이제 그만하고 글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문득 이런저런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할 때는 글을 쓰는 게 제일이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가 됐든 잘 쓰는 게 중요한 거니까.


내 글을 읽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글을 쓰겠다던 나는 이제 아주 사치스러운 고민을 하고 있다.

행복한 고민이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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