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오사카여행
일본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서 예상치 못했던 일을 겪고 뒤늦게 호텔에 도착했다.
내일부터가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야!
우리는 피곤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고 오사카 시내가 아닌 나라(奈良)로 향했다.
나라는 내가 살던 동네(若江岩田)에서 킨텐츠 선을 타고 쭉 가면 도착할 수 있어서 심심할 때 가끔 갔었다.
종점이라 헤맬 일도 없고, 환승할 필요도 없어서 나는 나라에 가는 걸 꽤 좋아했다.
주말이면 혼자 킨텐츠 나라행 열차를 타고 우두커니 앉아 종점까지 간다.
나라역에서 내려서 동대사까지 걷다 보면 나라공원의 사슴들도 만날 수 있다.
산책하듯 슬슬 걸어 동대사를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무료한 주말을 보내고는 했다.
나라 공원은 사슴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하니,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귀여운 사슴들을 보여주려고 나라를 첫날 여행계획에 넣었다.
우리가 묵고 있는 난바역에서 나라행 급행을 타고 간다.
가는 길에 내가 살던 동네가 스쳐 지나간다.
급행은 그곳에 정차하지는 않는다. 작은 역이니까.
아무튼 그렇게 나라역에 내린다.
정작 오사카에 살 때는 모르던 나라역의 명물 떡집을 찾아간다.
말랑말랑한 쑥떡을 먹고는 다시 발길을 돌려 공원으로 향한다.
사슴과 마주치자 아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센베이를 파는 할머니가 보인다.
우리는 200엔을 내고 센베이 한 묶음을 산다.
어떻게 아는지, 센베이 파는 할머니 근처에만 가도 사슴들이 몰려들었다.
과자를 손에 들자 사슴들이 달려들다시피 했다.
나는 너무 놀라 과자 꾸러미를 멀리 던져버렸다.
그러자 사슴들은 그리로 가버렸다. 꽤나 야멸찬 사슴들이다.
예전의 사슴들은 이렇게 냉정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손에 든 과자를 내밀면 귀엽게 오물오물 씹어먹던 귀여운 사슴들은 내 기억의 오류일까?
야멸차고 대담해진 사슴들을 보며 세월이 흘러 내가 변하듯 사슴들도 변한 것이겠지,라고 생각해 본다.
나라역에서 동대사까지 가는 길은 꽤나 멀었다. 이 길이 이렇게나 멀었었나?
나는 다시금 내 기억에 오류가 생긴 건지 긴가민가했다.
아이와의 여행은 잦은 쉼이 필요하다. 우리는 귀여운 사슴이 그려진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나라에서 사슴은 정말로 사랑받는 존재라는 게 새삼 느껴졌다.
귀여운 사슴 그림이 그려진 카페에서 우리는 더위를 식혔다.
다시 동대사로.
아이는 대불전의 모습보다는 아래쪽에 큰 구멍이 뚫린 나무 기둥을 통과해보고 싶어 더위와 피곤을 참으며 동대사로 향한다.
나무 기둥의 구멍을 통과하고 나서 우리는 다시 나라역으로 향한다.
(사슴과 구멍 뚫린 나무 기둥을 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으므로)
나라역으로 가는 길에 다시 사슴들과 만났다.
아이는 아쉬웠는지 마지막으로 사슴들에게 과자를 주고 싶어 했다.
과자를 사려고 서있기만 해도 다가오는 사슴들이 무서웠는데, 무서움보다는 아쉬움이 컸나 보다.
역시나 과자를 손에 든 우리를 보고 사슴들이 다가온다. 손에 든 과자를 빼앗으려 든다.
이토록 사나운 사슴이라니!
그렇게 우리는 귀엽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사슴이 아닌 과자 냄새를 맡고 귀신같이 달려드는 야멸찬 사슴의 이미지를 유쾌하게 기억하며 다시 나라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