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의 불행에 기대어 사는 삶이란…
화요일의 언니가 추천해 준 책 한 권.
요시무라 아키라의 <파선>
변변한 일거리조차 없는 아주 작고 척박하고 외진 어촌 마을.
이곳에서는 해마다 중요한 제를 지내며 기원한다.
먹을 것과 쓸 만한 물건을 가득 실은 배가 난파되어 흘러 들어오기를.
그들은 그것을 ‘뱃님’이라고 부른다.
파도가 거센 밤이면 그들의 염원은 더욱 짙어지고,
난파된 배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뱃사람은 그들의 손에 의해 운 나쁘게도 죽음을 맞는다.
마을 사람들은 배에서 건져 낸 식량과 물건으로 얼마간 여유로운 일상을(그마저도 옹색하기 그지없는)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난파된 배를 통해 번진 바이러스로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대락의 줄거리는 이렇다.
사실, 기대를 많이 하고 읽은 책이었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 중요해서,
다른 이의 불행과 죽음을 기원하며 그에 대한 어떤 갈등도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게 될 공포는 무엇일까.
생전 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원단의 붉은색 옷.
그것이 불러온 재앙은 대체 무엇일까.
기대를 하며 읽어나갔지만 내가 기대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대체 나는 뭘 바랐던 건가.
처음 보는 진귀한 물건이 탐욕을 불러일으키고, 촌장에 대한 반역이 일어나고…
점점 타락해 가며 광기에 물드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던 건가?
마지막장을 덮을때, 허탈함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계속 이 책이 생각난다.
분명, 나는 허무하게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촌장의 말이라면 군말 없이 믿고 따르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난파된 배에서 물건을 약탈하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 위에 군림하며 독재를 해도 이야기에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촌장은 나름 합리적이고 공정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죽음으로서 죄를 빌고 책임을 지는 부촌장 역시 내 예상을 벗어난 캐릭터였다.
예상을 벗어난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
어쩌면 나는 너무 뻔한 인물들과 이야기만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