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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by 차분한 초록색

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종종 악몽에 시달린다.

과거의 기억들 혹은 미래의 불안함 때문에 그들은 곧잘 무서운 꿈에서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끔찍한 사건 사고의 현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관망할 뿐이다.


주인공이 악몽에서 깨어난다.

땀에 젖은 얼굴이 가쁜 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간.

쏴아아- 우르르 쾅!

쏟아지는 빗소리만이 고요함을 가른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

자정을 넘긴 시간.

거실과 주방을 모두 환하게 밝히고 앉아 글을 쓴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에 불을 끌 수 없다.

선풍기가 돌아간다.

누군가 나와 함께 바람을 맞고 앉아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자야겠다.

불을 끄고 아이옆에 누웠다.

금세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어제도 자다가 막 끙끙거리더라. 가위눌린 거야?"

다음 날, 남편이 물었다.

"그랬어?"

"요즘 자주 그러네."

"그러게. 피곤해서 그런가..."

흑염소팩을 뜯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엄마, 어제 막 욕했어요."

으응?

나는 무슨 소린가 싶어 두 눈을 깜빡였다.

"진짜예요. 어제 엄마가 자면서 막 이 나쁜 새끼! 열여덟!! 막 그랬다니까요."

"설마..."

"뭐야, 자기 평소에 쌓인 게 많구나."

남편과 아이가 장난스레 웃는다.


대체 무슨 꿈을 꾸었길래 욕을 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난번엔 어린아이를 성추행하려던 현장을 목격하고 소리소리 지르다가 깨어났다.

그런데 이번엔 뭘까.

뭐였을까.


노트북을 켰다.

등장인물이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흐음, 이거였나.

주인공도 아닌 악역에 빙의해서 잠결에 욕설을 내뱉다니.


어쩌면 욕도 하고 욕심도 부리며 으르렁대는 악역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흐음...

무슨 꿈이었을까.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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