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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 Darkened Room

또, 스키드 로우

by 차분한 초록색

이야기의 전반이 끝나고 중반부를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나의 남자 주인공은 거의 반 미쳐가고 있는 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게 걸어 다니고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밥도 먹지만

그의 정신상태는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모래성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성이다. 약한 남주는 질색이니까)


스키드 로우의 노래를 듣다가 그런 그에게 딱 맞는 곡을 찾았다.

어두워진 방 안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남주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핏발 선 두 눈과 날렵하게 불거진 턱선

그는 지금 후회와 자책으로 들끓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더욱더 일에 몰두하고 미친 듯 찾아 헤맨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 같은, 흑요석처럼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그녀를.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지금 남자주인공이 어두워진 방 안에서 미쳐가고 있다고.

이 노래는 지금 남주의 테마곡이라고.

노래를 들려주다가 내친김에 뮤직비디오도 보여주었다.



엄마, 이 아저씨 여자 같아. 머리가 왜 이렇게 길어요?

락커의 상징이지. 머릿결도 좋지 않냐?

웃통은 또 왜 벗었어요? 너무 말랐는데.


종알거리면서 라이브영상을 본다.

헤드뱅잉이 나왔다.


오, 이건 뭐 하는 거예요?

헤드뱅잉. 긴 머리 휘날리면서 한 번 해줘야지. 후훗



남주는 지금 어두운 방 안에서 미쳐가고 있는데

우리는 라이브영상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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