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 알았어요
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아주 좋은 책을 읽었다며 소개해 주었다.
<열여덟 살 이덕무>라는 책이었다.
열여덟 살 이덕무?
청소년 성장 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그런데 조선 시대의 실학자란다.
오잉? 그래요?
애용하는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책 검색을 했다.
미리보기로 몇 페이지를 훑다가 아, 하는 탄식을 내뱉었다.
시작을 삼가자
마음은 텅 비어 어둡지가 않다.
서쪽으로 이끌면 서쪽으로 흐르고,
동쪽으로 이끌면 동쪽으로 끌린다.
이익을 향하면 이익을 향해 가고,
의로움을 향하면 의로움을 향해 간다.
끌리고 내달림에 모두
마땅히 그 처음을 삼가야만 한다.
마음은 백지다. 쓰는 대로 채워진다.
마음은 정한 방향이 없다.
가자는 대로 간다.
이리 가자면 이리 가고
저리 가자면 저리로 간다.
나는 이익을 향해 갈까, 아니면 의로움을 향해 나아갈까?
처음 먹은 마음이 그 사람을 좌우한다.
그러니 처음을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열여덟 살 이덕문 中
나는 그의 글에 습자지처럼 젖어들었다.
설마 이걸 열여덟 살에 썼던 말인가!
아, 나의 열여덟은 어떠했던가.
생각하지 말자.
사유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천둥벌거숭이처럼 지냈던 나의 열여덟을 감히 견주지 말자.
다시, 이덕무라는 이름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했다.
어어? 근데 이 책은?
<문장의 온도>라는 책이 검색됐다.
몇 년 전, 길을 걷다 들어간 북카페에서 보았던 책이었다.
그때 읽었던 글 하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진으로 찍어 고이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덕무, 이 사람의 글은 그때도 나의 마음을 흔들었구나.
그런데 그때는 왜 더 알아볼 생각도, 더 읽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을까.
우연히 펼친 한 페이지의 글이 전부였던 그때.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사람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왜 지금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건가요?
매일, 자괴감에 괴로워하는 저를 위로해 주려고 나타난 건가요?
얼토당토않은 질문을 던지면서 문장의 온도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