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넘길 원고를 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힘들다.
무료연재 때처럼 재미있지도 않고 몰입도도 떨어진다.
매일 심사받는 기분으로 글을 올리고, 댓글 하나 별점 하나에 일희일비하던 그때가 오히려 더 즐거웠다.
냅다 지른 글을 조각조각 이어나가면서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그다음 이야기를 생각하던 그때가 더 재미있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글이 하나 둘 쌓일 때마다 걱정도 함께 쌓인다.
아, 이거 괜찮을까?
나중에 다 갈아엎어야 하는 건 아닐까?
독자들이 이 인물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을까?
이런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글을 쓰기보다는 걱정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라
'글 좀 쓰는데?'
라는 칭찬을 듣고 싶은 거 아닌가.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데...
자꾸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쳐들고, 그럴 때마다 뾰족한 마음이 되어버린다.
아무튼 꾸역꾸역 매일 5000자 이상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약 26만 자. 앞으로 12만 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저 앞에 결승점이 보인다.
완주를 목표로 달리는 거라면, 해볼 만하다.
8월이 끝나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