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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끝나기 전까지...

by 차분한 초록색

출판사에 넘길 원고를 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힘들다.

무료연재 때처럼 재미있지도 않고 몰입도도 떨어진다.

매일 심사받는 기분으로 글을 올리고, 댓글 하나 별점 하나에 일희일비하던 그때가 오히려 더 즐거웠다.

냅다 지른 글을 조각조각 이어나가면서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그다음 이야기를 생각하던 그때가 더 재미있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글이 하나 둘 쌓일 때마다 걱정도 함께 쌓인다.

아, 이거 괜찮을까?

나중에 다 갈아엎어야 하는 건 아닐까?

독자들이 이 인물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을까?

이런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글을 쓰기보다는 걱정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라

'글 좀 쓰는데?'

라는 칭찬을 듣고 싶은 거 아닌가.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데...

자꾸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쳐들고, 그럴 때마다 뾰족한 마음이 되어버린다.


아무튼 꾸역꾸역 매일 5000자 이상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약 26만 자. 앞으로 12만 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저 앞에 결승점이 보인다.

완주를 목표로 달리는 거라면, 해볼 만하다.


8월이 끝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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