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마지막 1만 자를 채웠다.
결승점을 통과했다.
하지만 뛰고 있던 발은 바로 딱 멈추지 않는다.
아직도 풀어야 할 이야기가 저 앞에서 손을 까딱까딱하면서 나를 부르고 있다.
이야기: 어이! 빨리 좀 와.
나: 헉헉... 가고 있다고.
이야기: 빨리 와. 늑장 부릴 때가 아니야. 너, 처음부터 다시 뛰어야 되는 건 알고 있지?
저 앞에서 아직 남은 이야기가 씨익 웃는다.
바짝 약이 오른다.
나: 너 자꾸 그렇게 깐족거리면 대충 하고 넘겨 버릴 거야!
나는 눈을 치뜨고 으르렁댔다.
이야기: 후훗, 그래봤자 너만 손해일 텐데.
나: (부들부들)
이야기: (내 앞으로 다가와) 자, 목이나 좀 축여. (하면서 물을 건네면)
나: (잠시 노려보다가, 목이 마르다. 확 낚아채듯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시고)
이야기: (그런 나를 보며 웃는다) 후훗
나: (입가에 흐른 물을 스윽 닦고, 꽉! 이야기의 어깨를 움켜잡는다)
이야기: (흠칫 놀라 보는)
나: (갈증이 가시자 살 거 같다. 이야기를 보고 여유롭게 씨익 웃으며) 까불지 마.
이야기: (흔들리는 눈빛)
나: (반쯤 빈 물병을 건네며 풀썩 웃는 얼굴로) 쉬고 있어.
갑자기 부드러워진 나의 말투에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보던 이야기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와락 이야기를 끌어안았다.
나: 바보같이. 내가 널 어떻게 아무렇게나 대충 쓸 수 있겠어.
이야기: (그렁그렁해지는 눈)
나: 기다려. 금방 다시 뛰고 올게.
이야기: 깐족거려서 미안해.
후훗, 나는 이야기를 남겨두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저 앞에 빙글빙글 웃으면서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