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분량보다 대략 10만 자 정도 더 길어진 내용으로 일단락을 지었다.
오늘이 마지막화야!라고 외친 지 사흘만이다.
뭐가 그렇게 아쉬움이 남는지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주절주절 길어졌다.
어쨌든 어제 마지막화를 썼다.
이제 뭐 하지?
갑자기 할 일이 사라진 사람처럼 두리번거렸다.
우선은 점심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한다.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도서관에 들러 웹소설 관련 책을 빌렸다.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 거 맞나.
확인이 필요했다.
오는 길에 커피를 사고 집에 와서 오랜만에 공포 영화 한 편을 봤다.
무섭다기보다는 잔인한 영화였다.
하지만 역시 머리를 식히는 데에는 호러만 한 게 없다.
늦은 오후에 연달아 들이부은 커피 탓일까.
평소와는 다르게 잠이 오질 않는다.
뭘 하지?
오늘은 더 이상 글쓰기 파일을 열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니 이제 뭘 하지?
책장을 쭈욱 훑었다.
<전광용 단편선 - 꺼삐딴 리>가 보인다.
책을 뽑아 의자에 앉았다.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가 <곽서방>이란 제목에서 멈췄다.
밖은 아직 완전히 동이 트지 않았다.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베잠방이에 습기가 기어들고 덜미가 선뜻했다.
-전광용 단편선 p.263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로맨스 이북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로맨스다.
심지어는 꺼삐딴 리도 로맨스로 보이고
낮에 본 공포영화도 로맨스로 보인다.
세상이 온통 핑크빛이고 내 머리도 해맑은 핑크다.
자, 이제 수정궁으로 들어가 볼까.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말자.
갈 길이 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