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재미없다 재밌다 재미없다 재밌다 재밌다 재미있다

자기암시

by 차분한 초록색

어쨌든 완결까지 쓴 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예쁘게 다듬기 시작했다.

이름도 없이 그저 아줌마, 할머니, 아저씨 등으로 지칭되던 주요 인물들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옷도 입혀주고, 너무 화내고 있으면 달래주기도 하면서.


그런데 1화로 돌아가서 읽다 보니, 재밌다.

(내 입맛에 맞게 만든 음식. 뭐 그런 걸까?)


괜찮은데?

얘는 왜 맨날 울지?

쟤는 왜 맨날 화내지? 싶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


그렇게 내가 쓴 글에 스스로 도취돼서는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다듬어 나갔다.


새벽 3시.

2부 분량까지의 수정을 마쳤다.

좋아. 나쁘지 않아. 재밌어.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

세수를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은.

괜찮을까?

어제 그 에피소드는 너무 싱거운 거 같은데.

걔는 거기서 왜 그러고 있지?

'......'


간밤의 자신감은 하룻밤 새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며칠 잠을 못 잤더니 제정신이 아니었나.


아니다.

남들이 다 재미없다 손가락질해도 나는 네가 재미있다.

네가 좋다.

예쁘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재미있다...


마치 거울 앞에 서서 이 옷 저 옷 입어보며 이게 예쁠까 저게 예쁠까 고민하는 기분이지만.

어차피 남들은 내가 뭘 어떻게 입든 신경 쓰지 않으니.

내 마음에 들면 그뿐이다.


그러니 너는 재미있다.

재미있는 글이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든다.

재미있다.

예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쨌든 마지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