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고 채우고

by 차분한 초록색

지난주 금요일부터 매일 원고를 붙잡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그저 '붙잡고'만 있는 기분이다.

삭제해야 할 부분에서는 머뭇머뭇 망설여졌고, 덧붙여야 할 부분에서는 뭘 어떻게 써야 좋을지 몰라 또 망설였다.

아주 조금씩 덜어내고, 아주 조금씩 덧붙였다.


그리고 다시 원고를 훑었다.

싹둑, 과감하게 잘라냈다.

이거 괜찮을까? 싶은 얘기를 뭉텅 채워 넣었다.

이리저리 어지러운 시간순서와 시점이동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원고를 훑었다.

살짝, 가지치기를 했다.

아직 덜 막힌 구멍이 보인다.

원래 다들 이런 건가.

아니면 내가 버벅대고 있는 걸까.

일주일이면 하루에 한 편씩 28000자 이상을 쓰고도 남을 시간인데.

고작 4000자를 쓰지 못해 이라고 있다.

무슨 자신감으로 이걸 며칠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리뷰를 보시고 의도한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되시면 수정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출판사에서는 친절하게 위와 같이 말해주었지만.

틀린 말이 하나도 없으니, 죄다 수정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만만하게 보던 수정 작업은 일주일이 된 오늘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작법서 열 권보다 출판사 리뷰 한 번이 나를 더 세게 잡아끌어올리고 있다는 것.

일 년 전의 나를 생각해 보면 장족의 발전이다.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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