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폭삭 늙어 보였다.
하나 둘 보이는 흰 머리카락과 푹 꺼진 눈밑.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싶은데…
나잇값 못한다고 손가락질받으려나?
요즘, 나이 먹고는 어울리지도 않게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영포티가 조롱의 대상이라던데.
그럼 나는 이제 내가 즐겨 입던 꽃무늬 원피스는 영영 못 입는 건가.
무채색의 우아하고 고상해 보이는 얌전한 옷들만 입어야 하나?
소심한 40대인 나는 무채색의 원피스에 카디건을 입었다.
매일 똑같은 옷만 입었다.
거울 속의 내가 더 퀭해지고 있었다.
나의 젊음이. 나의 가을이 무채색으로 시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오늘 오랜만에, 즐겨 입던 꽃무늬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아직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앞으로 더 자주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롱을 하는 건 그들의 자유.
입는 건 나의 자유.
가을인가…
내 삶은 여름의 끝자락일까.
가을의 초입일까.
아니면 그냥 가을일까.
겨울은 아직 먼 것 같은데…
남들의 시선에 초연해질 수 있는 때는 어느 계절에서 일까.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