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교정고

글쓰기 수업

by 차분한 초록색

지난주 주말부터 시작한 2차 교정고 작업에 대한 소회.


1. 빌런과 서브남의 서사 삭제에 대해서.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작가님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으면 수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문구를 노려보면서, 이걸 삭제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생각했다.

그래, 3권을 2권으로 줄이는 거 O.K

하지만 이거는 양보하기 힘들 거 같다...라고 설거지를 하면서 또 생각했다.

그러던 차, 심란한 마음에 집어 든 책에서 본 글귀 하나.


"작가의 가장 원대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실제에 가까운 등장인물을 창조해 내는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은 등장인물 각자의 전사(前事)를 공들여 파고 들어가 그들의 감정 반응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독자에게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핵심 디테일이다."


그러니까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그런데...


"... 정작 대부분의 전사는 작가에게나 중요하지 독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지나친 전사는 이야기 전개를 늦춰 독자를 지루하게 할 수도 있다."

(출판사 의견도 딱 이거였다)


아...

흐음...


그리고 수정작업을 시작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굳이 없어도 될 거 같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나의 똥고집이 꺾이는 순간이었다.



2. 표현의 한계와 하찮은 습관


깊게 가라앉은 눈빛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

물기 어린 눈동자

흑요석처럼 까만 눈동자

어둡게 일렁이는

서늘한 눈빛

날카로운 눈빛

걱정스러운 눈빛


아니 왜...

대체 왜...


눈빛과 눈동자가 없으면 표현이 안되나?

뭐 허구한 날 그놈의 눈빛이 어쩌고, 눈동자가 어쩌고.


내 표현력과 어휘력이 이렇게나 빈곤했던가.


거기다가 문장은 왜 또 자꾸 명사형으로 끝내는가.


'비가 그친 하늘은 청명했다.'가 아니라 '비가 그친 청명한 하늘'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가 아니라 '두 뺨 위로 흘러내린 눈물'

뭐 대충 이런 식의 문장들이 곳곳에서 속출했다.

이런 버릇은 대체 어디서 든 걸까.


1차 교정 때 고친다고 고쳤는데도 아직도 여기저기 쭉정이처럼 비죽비죽 얼굴을 드러낸다.


문득, 무료로 글쓰기 수업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첨삭과 합평을 동시에 받는 기분이랄까.

누가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내 글을 읽고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지난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이 과정을 넘고 나면 분명 나는 발전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자, 이제 다시 수정 작업에 돌입해 볼까.

눈빛과 눈동자 대신 뭘 쓰면 좋을까.

울끈 불거진 턱?

지그시 어금니를 깨무는?

흐음... 이번엔 또 하관으로 몰리는군.

계속 고민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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