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도 없이 계속해서 쌓이기만 하는 책들
끝가지 읽은 책도, 끝까지 본 영화도 없는 요즘.
드라마는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한다.
봤던 걸 또 보고, 읽었던 걸 또 읽는다.
아무 데서나 시작할 수 있게. 언제든 끝낼 수 있게.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나갔더니 완연한 가을이었다.
베란다로 나가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알록달록 물이 들었나.
계절은 빠르게 변해가는데.
나는 고인 물처럼 썩어가고 있다.
밖으로 나가야지... 누군가를 만나야지...
나에게는 히키코모리의 자질이 넘쳐난다.
집안은 엉망진창인데
엉망진창 속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TV도 보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같은 노래만 계속 들으면서.
밥 먹는 것도 귀찮은 내가 앉아있다.
꾸역꾸역 쓰던 글은 버릴 용기도 없어서 파일명만 계속해서 늘어난다.
수정, 수정 1, 수정 2...
다음 주인공 이름은 수정이라고 해볼까.
밖으로 나가야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어떻게든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