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오사카 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여행 오기 전 TV에서 보았던 타코야끼 가게에 가보기로 했다.
JR텐마역에서 내린다.
구글이 안내해 주는 대로 걷다 보니, 좁은 골목에 목표의 타코야끼 가게가 보인다.
우리는 400엔을 내고 15개의 타코야끼를 받는다.
주인 할머니는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얼마 전 한국의 TV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야기를 하신다.
그 프로를 보고 찾아온 거라고 다시 말씀드린다.
곧이어 할머니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100%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열심히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는 아이에게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쥐어주셨다.
우리가 낸 돈은 과자값과 아이스크림값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타코야키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평일 낮이어서 그랬는지 상점가는 한적했고, 할머니의 가게에도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우리는 또 뭘 먹어볼까, 어슬렁 거리면서 상점가를 거닐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쿠시카츠 가게가 있었다.
열린 문 안으로 지긋한 나이의 아저씨들이 쿠시카츠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래된 동네 호프집 같은 분위기였다.
한번 들어가 볼까?
우리는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는다.
읽을 줄 아는 단어가 한정적이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한정적이다.
몇 가지 튀김을 주문하고, 맥주와 우롱차를 주문한다.
맥주와 함께 큼직하게 썬 양배추를 가득 담아 갖다 준다.
이 양배추는 어떻게 먹는 거지?
나는 토끼가 된 기분으로 양배추를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의외로 시원하니 맛이 있다.
드디어 튀김이 나온다.
우리는 오늘 계속 돌아다니면서 먹을 계획이므로, 추가주문은 하지 않는다.
계산을 할 때 아이에게 사탕을 쥐어 주신다.
상점가의 인심이란 이런 건가?
오늘 아이는 이곳 상점가에서만 과자, 아이스크림 그리고 이제는 사탕까지 받는다.
재래시장 분위기의 상점가는 맛보다는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
기념 삼아 가게 간판 아래서 사진을 찍는다.
여행을 가면 참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일상에서는 무심코 지나칠 법한 것들이 죄다 신기하게 보이니 말이다. 우리는 간판, 맨홀, 좌판에 늘어놓은 신발 등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정작 우리가 들어가 먹고 마신 가게의 이름은 뭐였는지도 모르면서.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모르고 보면 나름의 해석으로 볼 수 있는 묘미도 있다.
텐진바시의 신발가게에서 실내화를 본다. 아이가 반가워한다.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 신었던 아사히 실내화가 이곳에 잔뜩 있다. 귀여운 실내화들.
이제 아이는 더 이상 아사히 실내화를 신지 않는다. 친구들이 아무도 그런 천 실내화를 신지 않는다고 한다. 매주 실내화를 빨던 남편의 일이 하나 줄어든 셈이다.
귀여운 토끼 그림의 간판을 본다. 이비인후과 간판이다.
이비인후과 간판에 분홍색 토끼라.
토끼의 쫑긋한 귀가 이비인후과와 꽤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상점가는 한산하고 관광객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난바와 너무나도 비교되는 한적함에 유유자적 걸어 다닌다.
조금 더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마지막날이라는 아쉬움이 우리의 발길을 다시 난바로 향하게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할머니의 타코야키는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시치후쿠진의 쿠시카츠도 엄청 맛이 있거나 뭐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텐진바시 상점가를 좋은 추억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아마도 그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것이 그저 고객을 응대하는 친절일지라도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좋은 인상을 남긴다.
다카시마야 백화점 지하에서 서점을 찾아 헤맬 때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해 준 네스프레소 매장의 직원.
처음 도톤보리를 간 날, 인파에 밀려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해 헤매다가 간신히 찾아들어간 오코노미야끼 가게에서 한국말로 인사하며 친절하게 맞이해 준 점원.
아이는 그런 친절한 사람들에 대해 기억한다. 그리고 그곳은 좋은 곳, 또 가고 싶은 곳이 된다.
그날, 아무런 준비 없이 찾아간 텐진바시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여행의 추억은 결국 사람에 대한 추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