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미용실의 언니가 그곳을 그만두고 멀리멀리 가버린 후로 우리는 갈 곳을 잃었다.
남편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저렴한 곳에서 자르겠다며 그 후로 다른 곳을 찾아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지만.
나와 아이는 유목민처럼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어 모임의 언니가 찰랑찰랑 거리는 머리로 나타났다.
오오오, 언니! 머리 어디서 했어요?
집 앞에 있는 자그마한 미용실에서 했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따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해가 바뀌었다.
그게 벌써 작년 가을의 일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저께 수요일.
나와 아이는 언니의 머리카락을 찰랑거리게 만들어 준 미용실을 향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서로를 '사나운 푸들'과 '노루궁뎅이 버섯'으로 부르며 깔깔댄다.
꼬불꼬불 해진 나의 머리카락과 어딘지 모르게 복슬복슬해진 아이의 머리카락이 각각 푸들과 노루궁뎅이 버섯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너 머리 귀여워."
이건 진심이다.
"엄마도 잘 어울려요."
진심일까?
그런데 왜 하필 '사나운' 푸들인가.
이틀이 지났지만, 내 머리카락의 기세는 한치의 움츠림도 없이 위풍당당하다.
찰랑찰랑하지는 않지만 굽이치는 이 기세가 마음에 든다.
언제 또 이런 스타일을 해보겠나.
실체를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마음속을 어지럽힌다.
이제 그만 정착해 볼까.
중요한 건, 기세니까.
<이미지 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