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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키 고타로 <라이크 어 버진>

다시 하는 공부

by 차분한 초록색

대학원 문학 스터디에 올 1월부터 함께 하게 되었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원서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목적인 모임이다.


1월에 시작한 책은 사와키 코타로라는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彼らの流儀>라는 제목의 책이다.

한국말로 하면 <그들만의 삶의 방식>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짤막짤막한 에세이들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그 짧은 글 안에서 생각할 거리나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각각의 이야기를 담당자가 맡아서 번역을 하고,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온라인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의 스터디인데, 꽤 재밌다.

스터디에 참가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처음으로 번역과 발표를 맡았다.


내가 번역한 글의 제목이 바로 <라이크 어 버진>이다.

작가가 미국 맨해튼에서 사립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하시모토 시게요(일명 핫시)라는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의 글이다.


핫시와 함께 차를 타고 맨해튼의 뒷골목을 돌던 작가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맨해튼에 온 핫시는 가라테 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곳에서 지낸다.

도장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거구의 흑인들이었고, 그들은 핫시의 영어발음을 놀려댔기에 그들과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핫시는 대화를 나눌 친구를 찾을 목적으로 미술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우연한 계기로 학교에서 누드모델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자와 친해지게 된다.


그 여자는 곧잘, 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춤과 노래를 배우는 데에 쓰고 있다고 했다.

자신은 언젠가 반드시 음반을 내고, 영화에도 출연할 거라고.


핫시가 모델일을 그만둔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건, 맨해튼의 어딘가의 거리에서가 아닌 TV에서였다.

TV속 그녀는 마돈나가 되어 <라이크 어 버진>을 부르고 있었다.

…라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핫시라는 인물이 실제 인물인지 알 수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작가가 인터뷰한 내용에 기반한 실제 이야기라고 알고 있었지만.

게다가 마돈나가 실제로 이런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것도 사실로 알고 있지만,

작가는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고 말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얘기를 듣고 놀란 작가가 핫시에게 묻는 부분이다.

그 얘기 실화예요?라고.

뭔가 묘한 기분이 들지 않냐고.

그러자 핫시는 아무렇지 않게, “딱히”라고 답한다.


뉴욕이란 그런 감각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인가 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이 부분이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 언급된 부분과 일맥상통하여 흥미로웠다.



맨해튼은 꿈꾸는 이들로 가득하다.

이 동네의 웨이터들은 대개 배우이며, 팔자걸음을 걷는 예쁘장한 아가씨들은 무용수이다.

-아티스트 웨이 p.8



대체 그곳은 어떤 곳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감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나도 문득 궁금해진다.





<이미지 출처-야후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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