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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키 고타로 <이발사의 휴일>

다시 하는 공부

by 차분한 초록색

두 번째 발표 작품의 제목은 <이발사의 휴일>


도쿄의 한 동네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 고이즈미는 어느 날, 단골손님인 70대 할머니의 연락을 받는다.

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와야 하는 먼 길을 와주는 단골손님이다.

자신의 이발소에 오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 할머니에게, 어느 날 고이즈미는 집 근처의 이발소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권한적이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나는 한 번 마음에 든 건 바꾸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런 할머니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다리를 다쳐 당분간 오지 못할 것 같다고.

고이즈미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그곳으로 가겠다고 약속한다.


이발소 정기휴일.

고이즈미는 미용도구를 챙겨서 할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할머니의 머리를 커트하고 염색을 하면서 고이즈미는 할머니의 지난 세월들에 대해 듣는다.


집으로 돌아온 고이즈미는 먼 곳까지 가서 익숙지 않은 의자에 앉아 일을 한 탓인지 허리가 아프다.

안마를 잘한다고 꽤 알려진 동네 할아버지에게 안마를 받으러 간 고이즈미.

고이즈미는 안마를 받으면서 또 한 번 70대 할아버지의 지난 세월에 대해 듣는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설핏 잠이 들려는 때에, 할아버지가 갑자기 고이즈미에게 묻는다.

탯줄에는 몇 개의 동맥과 정맥이 있는지 아냐고.


“한 개씩 있나요?”

고이즈미가 말하자, 할아버지는 아니라고 말한다.

“동맥이 2개, 정맥이 1개.

하나의 동맥은 엄마로부터 영양분을 받고, 하나의 정맥은 엄마에게 노폐물을 보내는 곳.

그리고 남은 하나의 동맥은 신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길이라네.”라고 할아버지는 말한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면서 고이즈미는 다시 졸기 시작한다.


.... 대략 이런 내용의 글이었다.



마치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읽은 기분이었다.

안마사 할아버지는 갑자기 왜 저런 질문을 고이즈미에게 던졌을까.

잠시 생각해 보다가 문득 오래전에 들었던 어떤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나의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이발소 회전간판의 의미’라는 키워드를 넣자 빙글빙글 돌아가는 빨강 파랑 줄무늬 이발소 간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역시, 나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이발소 간판의 빨간색은 동맥을 파란색은 정맥을 그리고 하얀색은 붕대를 상징하는 색이라는 것..

그 이유는 오래전 유럽에서는 이발사가 외과의사와도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렴풋한 나의 기억을 확인하고 나자, 소설(혹은 에세이인지도 모를)의 내용이 이해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고이즈미의 이발소에 다니는 단골 할머니에게 있어서 먼 길을 와서 머리를 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고이즈미라는 이발사가 신이 주는 선물은 아닐까 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이미 일흔일곱이나 됐고, 게다가 혼자 살고 있으니, 머리가 다소 길어지는 정도는 참을 수 있지 않을까, 머리가 반백이 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일흔일곱이기 때문에,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머리를 단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발사의 휴일 中-





<커버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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