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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총회

요즘 학교 생활

by 차분한 초록색

어제는 학부모 공개수업과 총회가 있던 날이었다.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초등학생이 되었기에 학부모 상담이나 공개수업 같은 학교 행사들이 이전처럼 치러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아빠도 몇 분 계셨지만) 공개수업을 보러 왔다.

하지만 오후의 총회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출석률이었다.

다들 총회에 갔다가 뭐라도 맡게 되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에 아예 가기를 포기해 버린다.

나 역시 작년에 그랬었다.


재작년, 줌으로 행해진 총회에서 반대표 엄마를 뽑게 되었는데, 그때의 당혹감과 민망함이란!


보통은 학급 회장의 엄마가 반대표를 맡는 게 암묵적인 룰이라고 하는데, 그날은 회장 엄마도 부회장 엄마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경우 첫 번째 타깃은 외동아이를 키우는 전업맘이라고 들었기에 나는 움츠러들었다.


엄마들이 선생님의 시선을 피한다.

나는 줌의 비디오를 꺼버렸다.


솔직한 심정으로 내 애가 학급 회장도 아닌데 내가 왜?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기적이라고 뭐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여하튼 재작년의 그 경험 때문에 작년에는 아예 가지 않았다.

이래서 선배 엄마들이 가지 말라고 하는구나 싶었기에.

그랬던 내가 이번 총회에 참석했다.

사실 아침에 공개수업을 보러 갈 때까지만 해도 참석할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나는 아이를 학원에 보낸 오후에 다시 교실을 찾았다.


역시나 이런저런 대표를 뽑는 시간이 다가왔다.

반대표, 녹색어머니대표, 학교폴리스 대표.

이런저런 학교 봉사활동은 꾸준히 했었지만 뭔가의 대표를 맡는다는 건 그냥 그 자체로 부담이라 싫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나는 선뜻 폴리스 대표를 자청했다.


선생님이 한시름 놓았다는 듯 환한 얼굴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내 마음도 이상하게 가벼워진다.

이런 일들이 선생님에게도 스트레스겠지.



어제 나는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랬던 걸까 자문해 본다.


나는 그냥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가끔 가보고 싶고, 아이들의 생활을 조금 들여다보고 싶었을 뿐이었다,라고 생각해 본다.




<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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