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는 공부
근 한 달간, 그저 읽기만 했다.
지호의 박사논문 심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이래 처음 만난 우리는 공항을 빠져나와 당신들이 빌려둔 낡은 승합차를 타고 빌라로 향했습니다.
-제8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중 <여름의 빌라-백수린> 37페이지-
논문.
맞아. 나도 써야 하는데.
다시 고개를 젓고 책을 읽는다.
지금 해야 하는 건 알지만, 하기 싫으니까 외면해 버린다.
논문 초고를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나, 서론을 완성했을 무렵이었다.
-제8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중 <바비의 분위기-박민정> 154페이지-
한 권의 책에서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논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걸 논문을 써야 하는데 쓰지 않고 농땡이를 치고 있는 자칭 작가 지망생이 읽을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이제 책 좀 그만 읽고 해야 할 일
해지워야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숙제를 하다가 책으로 빠져들고 마는 아이에게 나는 늘 말한다.
"할 거 다 하고 나서 마음 편히 읽어"라고.
그 말은 정작 나 자신에게 해야 하는 말이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