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 늘려가기.
매주 토요일 캘리그라피 수업을 받으러 가면 책상 위에 그날 배울 체본이 놓여있다.
'하나, 둘, 셋,...... 열둘. 뜨아~'
A4 한장에 같은 글귀가 열두 가지의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쓰여 있다.
"비싼 돈 내고 배우시는데 많이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저는 다양하게 보여드리려고 작게 쓴 거고요. 팀장님은 크게 써보세요. 크게 썼다가 작게 쓰는 건 어렵지 않지만 작게 쓰는 습관을 먼저 들이시면 잘 안 고쳐집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을 상기시키며 글귀를 속으로 읽어보고 크게 쓰는 것에 신경을 쏟아본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지난주에 연습했던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실습에 임하는 터라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 쓰는 것에 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 동안 써왔던 글씨에는 거친 느낌이 다분했는데 천천히 쓰는 기분 탓인가 날카로운 느낌이 좀 덜해진 것 같다.
마지막에 한 글자 남기고 숨 한번 고르며 여백 체크를 해야 하는데 초보라 여유있게 보질 못하고 쓰는 행위에만 집중하게 되어 늘 잊어버린다.
"자꾸 반복해서 말씀드려서 잔소리 같지만... 다 쓰시고 나서 꼭 점검을 하시는 게 좋아요. 비어있는 곳이 있다 싶으면 획을 늘려서 수정도 해보시고요. 수정도 기술입니다. 팀장님 실력이 많이 늘으셨어요. 잘 쓰셨습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함께 수업받고 계신 노부부께서 관심을 보이시며 물어보신다.
"어디 한번 봐요. 얼마나 잘 쓰길래 선생님이 그렇게 칭찬하실까. 어머~ 이거 지금 쓰신 거예요? 선생님이 쓰신 줄 알았네. 배운지 얼마나 되셨어요?"
글씨에 대한 자신감이 없던 차, 생각지 못한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
"정말요? 봐줄 만한가요??"
"나도 6개월 정도 배우면 이 정도 쓸 수 있으려나? 우린 나이가 있어서 두 배로 걸리겠지?"
칭찬을 들으니 자신감이 좀 생기는 듯 하지만 집에서 또 혼자 연습하다 보면 여전히 글씨가 맘에 안 들 때가 많고 그럴때마다 자신감이 바닥을 치곤한다. 그래서일까? 선생님께서 자꾸 다른 사람들에게 캘리그라피를 보여주라고 권유하시는데, 내 글씨에 대한 자신감을 좀 더 가지라고??
"제가 쓴 글씨라 그럴까요? 어떤 때 보면 아직 맘에 들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가 좀 부끄러워요. 선생님은 본인 글씨가 맘에 드시나요?"
"그럼요. 저는 제 글씨 잘 썼다고 생각하고 만족해요. 스스로 글씨가 마음에 들면 그땐 진짜 자부심이 생길 겁니다. 지금도 잘 쓰고 계세요. 점점 늘고 있는 게 보여요. 당장 뭘 써 보여도 일반인들이 봤을 땐 다 잘 썼다고 할걸요? 하지만 '와~ 예쁘다.' 하고 끝. 여기서 더 나아가 내 글씨를 보는 사람이 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쓰셔야죠. 지금처럼 꾸준히 쓰시다 보면 됩니다."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누가 부추기는 것도 아닌데 '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내 글씨를 보는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갖게 만들는 것, '생산자'로서의 시작이 될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나의 글씨를 아직 대 놓고 선보이진 못하고 있지만 SNS를 통해 온라인 세상에 먼저 내어놓고 있다. 여지껏 살면서 진짜 이런 쪽으로 재능이 1도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사람인데, 요즘 어쩌다 한 번씩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SNS 친구들의 댓글을 보며 조금씩 자신감을 쌓아간다.
이런 마음과 실력이 쌓이다 보면 자랑스럽게 나의 글씨를 펼쳐보일 날이 오겠지?
생산자는 가치(상품성) 있는 것을 내놓는 사람, 내가 가진 능력이 누군가에게 소비가 될 수 있는 생산자의 삶을 꿈꿔본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펼쳐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