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 하는 것임을.

결국 꾸준함이 다 이겨.

by 달림


캘리그라피는 작가의 창의력에 따라 표현된다.


다양한 생각과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면 훨씬 더 풍부하게 느껴질 수 있을 터.


같은 글자라도 그 표현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같은 사람이 쓴다 할지라도 매번 미세한 차이가 있기에 모두 다르고 그림을 곁들이면 또 분위기가 달라진다.


글씨체에 더해 여러 표현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하나의 캘리그라피 작품으로 탄생한다.



캘리그라피 입문 6개월 차에 접어든 난 아직 보고 배운 글자 외에는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연습할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아직은 떠오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선생님 말씀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탓인지 자꾸 굳어버린 창의력과 센스 없는 나의 미적 감각을 탓하게 되곤 한다.


그런 날 위한 맞춤형 수업을 준비하신 선생님, 한 문장에서 몇 개의 단어에 대한 경우의 수 조합을 주시고 그것을 재배치하여 써보는 수업 시간을 갖고 있다.


문장이 길어지고 천천히 쓰는 연습을 하다 보니 점점 더 수업시간에 많이 쓰기가 어려워진다.


"수업 시간에는 제가 알려드리는 기술을 습득하시고 집에 가서 많이 써보는 연습을 하세요."


맞다. 수업 시간엔 연습보다 기술 습득이 먼저.


"연습하신 글 보면 여전히 좀 빠른 감이 있어요. 천천히 천천히 쓰면서 중간에 한 번씩 쉬어주셔야 해요. 그리고 마지막 한 글자 남겨두고 꼭 쉬면서 여백 바라보셔야 하고요. 매번 수강생분들께 수없이 강조하는 말인데 듣는 분이 없습니다."


계속 들었던 지적임에도 매번 잘 안 지켜진다.


아마도 글씨를 쓸 땐 선생님이 하신 말은 싹 다 잊고 당장 쓰고 있는 글자와 다음 쓸 글자에만 치중하고 있어서 일거다. 조급해 말자. 여유를 갖자.




"선생님, 제가 지금 잘 쓰고 있는 거 맞나요? 잘 쓰는 것 같다가도 실력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서요."


"수강생분들 보면 그냥 즐기시는 분들이 잘 쓰시더라고요. 이게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면 하기 싫어져요. 일단 쓰는 행위에 재미가 있어야 하고요. 재미를 느끼며 즐기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늘고 있음을 느끼실 거예요. 예전에 저 배울 때 생각해 보면 이게 한 번씩 정체된 것 같은 때가 있는데 그러다가 한 번씩 내가 봐도 놀랄 때가 한 번씩 찾아오거든요. 그때 실력이 느는 것 같더라고요. 계단식으로요."



일단 재미는 있어서 매일 쓰고 있는데 뭔가 빨리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자꾸 조급한 마음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열매가 농익어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다림의 시간이 쌓여야 하는데 이건 과일이 익지도 않았는데 '대체 언제 따나, 빨리 따고 싶다'하는 심보겠지.


알면서도 자꾸 생기는 조급증을 어쩌질 못하고 있다. 그저 스스로 깨닫고 반성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볼 뿐.






"팀장님, 코르크에 글씨 써보셨던가요?"


가끔 부채나 무드등 같은 실습작품을 권하곤 하셨는데, 이번엔 최근 사무실에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컵 받침을 보여주셨다.



"이 코르크가 나무 같은 거 아닌가요? 여기에 잘 써져요?"


"생각보다 잘 써집니다. 물이 닿아도 잘 안 번지고요. 붓펜 잉크를 충분히 짜서 써보세요."


헉! 넘치는 힘으로 붓펜을 쥐어짜다 컵 받침 위에 먹물 한 방울이 뚝!


"아...(아깝) 이거 살릴 수 있을까요?"


"그럼요. 살릴 수 있습니다. 그건 제가 살릴 테니 뒷면에 한번 써보세요."



생각보다 매끄럽게 잘 써지는 코르크 컵 받침 위에 한 줄 써보는데, 오!! 생각보다 잘 써지고 글씨가 예쁘게 나온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



그리고 코르크 위에 떨어진 먹물 한 방울을 전문가는 어떻게 살리시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본다.


적재적소의 글씨 위치와 미적인 표현을 가미, 이야~~ 감쪽같다.


이런 즉흥적인 표현은 어떻게 해야 떠오르는 걸까? 아마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험과 연습의 산물이겠지? 이제 갓 6개월을 넘긴 초보가 넘볼 수 있는 능력이 아닌 게 확실하다.



조급함은 불안만 일으킬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한다.

뭐든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 하며, 그렇게 켜켜이 쌓아 올린 내공은 무시할 수 없는 그 사람의 능력이 된다.


결국 그냥 하는 '꾸준함'이 답인 것이다.



다시 한번 내 안에 연습의 시간과 경험을 차곡차곡 채워보자고 다짐의 성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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