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 공모전에 도전장을 내밀다.
평소 수업시간에 공모전에 대한 말씀을 해주시던 선생님께서 어느 날 메시지를 하나 보내주셨다.
내가 알아봤던 논산 문학제 공모전은 문학 작품을 그대로 쓰면 되는 거라 글씨 연습만 하면 되는데 이건 관련된 주제로 문장을 새롭게 만들어 써야 하는 것이라 오르기 어려운 장벽으로 느껴졌다.
평소 블로그 글쓰기나 해봤지 이런 슬로건 같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문장을 만들어 본 경험이 거의 없기에 이걸 어쩌나 하는 마음이 컸다.
얼마 전 이와 비슷한 환경부 공모전이 있었는데, 수업할 때 종종 선생님께서 공모전 얘기를 하셨었기에 한번 도전해볼까 하고 알아본 적이 있었다.
탄소중립이 주제였고 적당한 문장이 떠오르면 캘리그라피의 디자인적인 요소는 선생님께 자문을 구해봐야지 했으나 머리만 쥐어짜다 결국 문장을 만들지 못한 채로 접수 마감이 되고야 말았다.
그때의 아쉬움이 남아 수해예방 콘텐츠 공모전에 도전해 볼 요량으로 문구 선정에 대한 고심을 시작했다.
일전의 탄소중립 캘리그라피 대상은 어떤 문구였을까? 찾아보니 거창할 것 없이 간단명료한 문장이었다.
'아하~ 짧고 굵게!!'
없는 창의력을 바닥부터 끌어 모아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하나 만들었다. 좀 식상한가 싶기도 하지만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기에 일단 도전해 보기로 결정!
"그 풍수해 공모전에 내보려고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걸까요?"
집에서 연습해 온 글씨를 보시고 선생님께 구도와 표현 방법 등에 대해 조언을 받고 거기에 다시 나의 생각을 담아 보완하며 다시 연습을 거듭했다.
"혹시 다른 수강생분들 중에서 공모전 내시는 분 계시나요?"
"아니요. 권해는 드려보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들 못하시겠다고 하시네요."
내가 실력만 된다면 자신 있게 공모전에 도전해 볼 것 같은데, 이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보다.
"필력이 정말 좋아지셨습니다. 초반에 글씨가 삐뚤빼뚤 기울어졌던 것도 안 보이고요."
"그렇죠? 제가 봐도 그런 거 같아요. :)"
"그것 보세요. 하면 다 된다니까요."
이제 조금씩 내 맘에 들기 시작한 글씨가 나오는 것 같다. 내 안에 실력이 어느 정도 쌓여 나오는 걸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 놓고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을 배우고 또 익히고 싶다.
공모전에 도전하려니 주제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관공서에서 주최하는 공모전, 내가 가진 강점을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공무원 입장에서 볼 때 서울시가 만든 특정 사업을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선정한 주제로 만들어 낸 글귀.
위기의 물결 속 당신에게 내민 손 동행파트너
"선생님, 제가 공모전에 낼 거 연습하고 있는데요. 그림을 잘 못 그려서요.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 개나리를 꼭 그려야 하거든요."
"네? 개나리요? 수해는 여름이고 개나리는 봄꽃이라 시기적으로 안 맞는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꼭 개나리여야만 해요. 무조건이요"
첫 공모전, 그저 경험을 쌓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표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남은 기간 수십 번을 반복해서 써가며 연습을 거듭하고 못 그리는 그림까지 덧붙여가며 작품 설명을 고민, 나름 최선을 다해 공을 들였다.
보통 캘리그라피 작품을 보면 배경으로 수채화나 일러스트가 보이곤 하는데 그림이라곤 개나리 세 송이(?)가 전부인 첫 출품작이 내 손끝에서 드디어 탄생했다.
많이 부끄럽고 초라해 보이긴 하지만 첫 공모전이니까, 도전을 경험해 본 것으로도 만족하며 제출했다.
그리고 잊었다.
처음 도전해 본 캘리그라피 공모전이고 실력이 출중하신 분들이 워낙 많기에 당연히 안될 거라고 생각해 제출을 끝으로 잊고 지냈다.
그러던 중 무심코 받은 문자메시지.
'후보작이 선정되었나 보네. 투표하라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링크를 눌러 후보작을 확인하는데...
마지막 작품이!! '오잉? 이거 내껀데??!!!'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내가 공모전에 제출했던 캘리그라피가 마지막 후보작에 있는 것이 아닌가?!
내 눈엔 여전히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없이 초라해 보이는데, 어떻게 이게 후보작으로 선정이 된 거지??
이해도 안 되고 믿기도 어렵지만 보고 또 봐도 수상 후보작 14번에 떡 하니 보이는 "동행파트너"
수상 예정 작품 수는 숏폼 7점, 캘리그라피7점으로 후보작 수와 동일했다. 후보작 모두 수상작으로 결정될 수도 있겠지만 혹여나 검증 과정에서 떨어진다 하더라도 난 이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전혀 기대감 없던 첫 공모전 도전이 아니었던가.
선정된 사유야 알 수 없지만 일단 하니까 된다.
캘리그라피를 배우기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도 실력이 늘지 않는 나를 보며 미적 감각이 없음을 탓해보기도 하고 예술적 재능이 없음을 한탄하기도 하며 어찌어찌 꾸역꾸역 재미만 가지고 이어왔다.
이런 내가 무슨 공모전이야.. 하며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결과를 결코 맞이할 수 없었겠지.
그래, 일단 시작했으니 도전해보자!
그에 따른 시행착오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나만의 경험과 스토리는 언젠가 그 가치의 빛을 발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