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 마인드로 달리다, 딥 마인드를 놓칠 뻔했다.
작년 10월부터 소위 “자기 계발”계에 뛰어든 나는 6개월 째, 신나게 앞만보고 달리고 있다.
내가 속한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3개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매일의 습관과 루틴을 만들고,
반복하다 보니, 내가 세운 목표들이 비록 거창하지는 않지만, 매주, 매달, 이루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는 나의 의지력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의지력이 떨어지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초 내가 세웠던 목표는 다음과 같다.
1년에 1,000 키로 이상 달리기
1년에 책 100권 읽기
매달 부수입 100만원 만들기
저속노화 식단 1년간 유지하기
부수입 파이프라인 2개 이상 만들기
전자책 쓰기
공저책 쓰기
크몽에서 영어클래스 오픈하기
내 부수입 공간 계약하기
바디프로필 찍기
마지막 두 가지 목표는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다.
목표를 세울 때, 내 멘토님께서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도 잡아보라고 말씀을 하셨기에, 그냥 호기롭게 적었던 것이다.
1년의 4분의1의 지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목표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탄력이 붙어 매일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 다른 외부의 소리 보다는, 내부의 목소리와 요구에 더 집중을 하다 보니, 여러가지 피드백이 들린다.
“얼굴 표정이 너무 심각해 보여요.”
“왜 이렇게 바빠요. 시간 좀 내줘요.”
“차마시고 수다 떨 시간도 없어요?”
원래도 희희낙락하고, 까페에서 수다 타임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틈만 나면 달리고, 책읽고, 글쓰고, 배달하니 참 많이도 어색한가 보다.
혼란스러웠다. 나의 마음은 그대로라고 생각했는데, 목표 지향, 성과 중심의 삶으로 바뀌고 나서는 사실 예전과 같은 짬이 나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도 이런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이루고 사는 것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가는가?’
‘저렇게 소원해진 관계로 속상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지금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고, 내가 영원히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으면서도, 서운해하는 마음들을 보면, 당분간 이런 나를 있는 그래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가장 가까운 남편의 경우, 지난 10년간 나홀로 자기계발, 독서, 재테크를 하며 나와 함께 쌍두마차를 끌고 싶어했던 사람인지라, 이제서야 본인과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한 내가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모양이다. 다행히 남편의 든든한 외조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시간을 맘껏 쓸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주말에 주방을 도맡아 주는 것 만으로도 나의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다행이다, 고맙다, 잘 굴러가는구나.’ 안심을 했었다.
나의 ‘바쁨’으로 인해 수다 타임이 줄어든 것을 서운해하는 친정 엄마나 언니, 동생의 마음은 다른 방식으로 토닥여 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예상치 못했던 딸 아이의 절규에서 터져 나왔다.
중2병 초기의 딸 아이는 툭하면 방문을 잠그고 친구들과 전화를 하거나, 나의 모든 말을 잔소리로 여기다 보니, 말을 섞기만 하면 반항과 높아진 언성으로 끝이 나곤 했다. 이미 첫째의 사춘기를 통해 나의 ‘노력’이 아무 쓸모가 없음을 경험 했던지라,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일 전, 너무 버릇없이 툭 던진 말 한마디에 화가 머리 끝까지 차 올랐다.
‘너 엄마한테 하는 말버릇이 그게 뭐냐!’고 고함치며 매섭게 혼을 냈다.
그러자 돌아오는 반응은 아이의 오열이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지 엄마는 모르잖아. 엄마는 내 학교 생활에 관심도 없자나!
내가 얼마나 학교 생활에, 친구 관계에 스트레스 받는지 알아? 나 전학가고 싶다고!
그리고 엄마가 절약하는거 아니깐, 나 배고파도 사달라는 말 못하고, 몇일 전에는 학원 끝나고 그냥 걸어왔는데 말도 안했어.”
“나도 엄마한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 말이 입 밖으로 안나오는 걸 어떡해. 엉엉.....”
당황스럽고,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버릇 없는 딸 아이의 말투를 혼내는게 목적이었는데, 되려 내가 혼난 느낌이었다.
결국엔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내가 받을 사과는 제쳐두고, 뚝뚝 흘리는 눈물 앞에서 아이를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고..
생각해보니, 감정이 널뛰는 중2 아이의 기분을 맞춰줄 에너지가 없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내 시간에 집중하면 잔소리가 자연스레 줄어들어 관계가 많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거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사실 모든 일에는 반대급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마음을 내어 아이를 보듬었어야 했는데...
조금 더 시간을 내어 들어줬어야 했는데...
그 미안함이 제일 크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올 초 읽었던 김미경의 <딥 마인드>책이 생각났다.
그 책은 "It-mind vs Deep-mind"에 대한 비교 설명을 하고 있다.
잇 마인드는 외적인 성취, 남들과의 경쟁, 더 높은 지위, 칭찬을 추구하지만 내면은 공허함을 느끼는 삶이다.
반면, 딥 마인드는 내면의 지혜와 진정한 욕구를 탐구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 사고 방식이다.
개념은 거창하고, 내가 열심을 내고 있는 일들이 잇 마인드라 부르기에는 작은 목표들이란 생각이 들지만,
잇 마인드를 쫓다 보니 딥 마인드가 가리워 지고 있음을 내 삶에서도 깨닫게 된 것이다.
어렵다.
쉽지 않다.
결국 더 열심히 잘 해보려고 자기 계발을 시작한 것인데, 이런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내가 현재 열심히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그 변화로 인한 이런 부작용들도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이런 신호들을 무시하면 안되고, 조금 씩 조정해 가며 지혜를 발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목표는 내려 놓고, 주위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여유.
그것이 진정한 고수의 여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달려가는 속도로 인해 주위에 위화감이나 서운함을 주지 않도록, 나의 내적인 그릇을 더 키워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쉽지 않은 여정이고,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내적인 갈등포인트 들이지만, 마치 작은 틈으로 물이 들어와 배를 가라앉게 할 수도 있으니,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야 겠다.
한바탕 울음판을 벌인 이후 딸 아이는 한톤 누그러졌다.
아이가 원하는 예쁜 옷도 사주고, 엽기 떡볶이도 사주니 마냥 행복해한다.
몸이 열개여도 모자란 이름, 엄마의 역할과 그 안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어 자기 계발을 하려고 하는 나라는 사람이 참으로 기특하면서도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삶을 계속된다.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 말이다.
잇 마인드에 너무 빠져 주위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딥 마인드를 탑재하여 목표도 이루고 내면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누구보다 내가 나를 응원하고, 잘 하고 있다고,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고니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