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린 3개월의 이야기

by 러니코니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자주 듣던 말이고, 좋은 말이라 늘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은 이 말이 액자 속에 걸린 격언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동사라는 걸 배울 수 있었다. 나 혼자 달리기가 아닌 함께 달리기 챌린지를 2025년 12월에 시작했고, 그 여정이 3월 8일에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그 시작은 참 단순했다. 내가 처음으로 들어간 재테크 커뮤니티의 오프 모임이 있었다. 온라인에서 내가 러닝을 하는 것을 본 한 멤버가 나에게 멋지다며 칭찬을 했다. 쑥스러움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에이 아니에요 달리기 한다고 뭐 돈이 되나요”

“왜요? 저 같은 사람을 달리게 히면 되죠”, 그분이 웃으며 말했다.


가볍게 던지신 그 말이 이상하게도 마음에 묵직하게 남았다.

'나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달리면 어떨까?'

'달리기가 힘들거나 자꾸 의지력이 약해지는 사람들과 같이 한다면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시험해 보고 싶은 의지가 불끈 솟아올랐다.


나 역시 달리기는 주로 혼자 하지만, 꾀가 날 때는 한없이 늘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아무래도 나의 의지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력이 떨어져 약해질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떤 시스템이 필요했고, 잡념 없이 돌아가는 구조와 나를 계속해서 길 위로 끌어내는 강제성이 필요했다.

챌린지를 위해, 나는 내 주변에서 관심을 보일 만한 지인들을 떠올려 보았다.

매일 새벽 나 홀로 달리는 사람, 러닝을 위해 헬스장을 끊었는데 자주 못 간다며 푸념하던 사람, 퇴근 후 러닝 앱을 따라 탄천을 달리는 사람 등, 꽤 많이 달리고 있거나 달리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우리 같이 달리기 인증을 하자'며 의중을 물으니, 자신은 없지만 해보겠노라 했다. 주 3회, 1킬로 이상만 달리면 되고, 실내든 실외든 상관없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그 작디작은, 해봄직한 제안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 같았다.


그렇게 9명이 모였다. 카카오톡에서 오픈 채팅방을 만들고 ‘러닝 챌린지 1기’라고 이름을 지었다.

각자의 목표는 비슷한 듯 달랐다.

-5킬로를 45분 내에 달리기

-부상 없이 주 3회 달리기

-3개월 후 15킬로 완주하기

-조금씩 킬로수 늘려가기, 등.

막상 시작해 보니 달리기 인증방의 가장 큰 수혜자는 나였다. 어떤 모임을 끌고 가려면 솔선수범해야 하니 게으를 틈이 없었다. 귀찮은 마음이 들고, 따스한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을 때마다, 오늘치 인증을 위해서라도 꾸역꾸역 길 위로 나간 기억이 난다. 결국 내 의지력으로 달릴 수 있던 것이 아니라, 나를 길 위로 끌어낸 건 사람들이었다.


또 신기한 것은, 우리 9명이 전체 모여 달린 적은 없었지만, 늘 같이 달리는 팀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각자 다른 시간, 장소에서 달린 후 자신의 인증 사진을 한 장 올리는 것뿐인데, 그 힘은 꽤나 강력했다.


온라인에서 단지 하루의 달리기 숙제를 인증하는 것인데도 peer pressure의 무게는 상당히 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채팅방에 달리기를 마친 사진이 올라와 있으면 일단 나도 운동복으로 갈아입게 되었기 때문이다. 3월 8일, 마지막날, 지난 3개월 간의 달리기 기록을 보니 거의 모든 멤버들이 스스로 정했던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 나 또한 91일 가운데 87일을 달린 것을 보고 놀랐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이렇게 함께 인증하는 시스템이 성공적일까 궁금해졌다. 이유는 거창하지는 않은 듯했다. 좋은 의미의 ‘감시’ 내지는 ‘관심’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가만두지 않은 것이다.

달리지 않았다고 혼나는 것도 아닌데, “오늘 3킬로 완료”라는 작은 기록을 보면 묘한 마음에, 경쟁심과 연대감의 그 어디 중간쯤의 마음으로 달릴 의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저렇게 바쁜데도 뛰었구나.”

“저렇게 이른 시간에도 벌써 달리기를 마쳤구나”라는 생각이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어 주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의 기록은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그러나 ‘달리기’라는 습관은 조금 더 끈끈하게 각자의 일상에 밀착된 느낌이다. 달리는 속도, 횟수, 장소 모두 달랐지만, 달리기를 루틴으로 만들고 싶은 그 마음의 방향은 모두 같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나 혼자 달리고 기록을 남기던 때보다 함께 달린 이 시간들이 따스함으로 남아있다. 비로소 그 아프리카 속담이 진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함께 가면 서로 토닥이며, 천천히 가더라도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음이 아닐까 싶다.


나는 언제 일지 모르지만 '러닝챌린지 2기'도 꿈꿔본다. 혼자서는 못했던 달리기를 같이하는 힘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그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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